"시정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지금 당장 사표를 제출하시오"(박경수
서울시의원)

조순 서울시장이 시장으로써 마지막으로 참석한 제97회 서울시 임시회에서
봉변을 당했다.

이날 본회의 개회사가 끝난 뒤 무려 9명의 국민회의 소속 의원들이
무더기로로 발언을 신청, 조시장의 대선출마를 강도높게 비난해댄 것.

이날 본회의장은 조시장 사퇴를 요구하는 국민회의 소속 시의원들의
성토장을 방불케 했으며 국민회의와 민주당 의원간의 몸싸음과 의원과
시장 수행원과의 몸싸움으로 난장판이 됐다.

첫번째 발언자로 나선 신경식의원은 "조시장이 10여회나 의회에서
대선출마를 않겠다고 공식 발언을 했으면서도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서울시민과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시청앞 광장에서 석고대죄하라"고
말했다.

문석진의원은 "최초 민선시장으로서 지자제를 살려야할 역사적 사명을
잊고 대권욕에 눈먼 모습이 안타깝다"며 질타했으며 고용기 의원은 조시장의
측근을 겨냥한 항간의 소문을 인용하며 "측근들도 모두 깨끗이 떠나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조시장은 의원들의 강도높은 발언에 질린듯 시종 상기된
표정으로 땀을 닦아내기에 바빴다.

결국 그는 김성수 의원이 발언대에 서자 더이상 듣지 못하고 자리를
일어섰다.

이 과정에서 국민회의 소속의원들과 민주당 소속의원들간에 충돌이
있었으며 조시장의 퇴장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방송기자와 수행원간에
몸싸움이 연출되기도 했다.

조시장은 10여분뒤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국민회의 소속의원들이 조시장을 증인석에 세운 듯 집중 추궁하는
데 대해 민주당 노재동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조시장을 대세에
따라 융통성있게 화전론을 펼친 최명길에 빗대 옹호하기도 했다.

사실 시청주변에서는 이번 임시회를 조시장이 대권출마 선언한뒤
어차피 한번은 치뤄야하는 통과의례로 받아들이기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전체 1백46명의 의원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국민회의(1백2명)
및 민주당(24명) 소속 시의원들이 하나같이 소속정당에 대한 충성경쟁이라도
하듯 중앙당 입장을 대변한 것은 올바른 지방자치제의 모습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날 시의회의 본래 목적인 추가경정예산안의 상정은 대부분 의원들이
퇴장한 채 단 10여분만에 끝나고 말았다.

< 김주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