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근로기준법 제37조 제2항(임금채권 최우선 변제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정부가 이 조항을 어떤 방향으로 개정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이 조항은 당장 적용이 중단됐고 올 연말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동적으로 효력을 상실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조항의 적용이 중단된다는 것은 퇴직금 채권이 걸려 있는 관련 소송이
모두 중단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 조항의 개정은 최대한 신속히 처리돼야
할 사안이다.

헌재가 이번 결정을 내린 취지는 퇴직금의 무제한적 우선변제가 자유경제
체제의 기본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노동부는 이같은 헌재의 결정 취지를 살려 적정한 퇴직금 우선변제 수준을
규정한 새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문제는 적정한 퇴직금 우선변제 수준을 어떤 방법으로, 어느 정도 수준에서
결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노동부는 지난 노동법 개정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노사관계개혁위
(위원장 현승종)를 중심으로 노사, 공익, 학계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계획이다.

하지만 퇴직금이 도산업체 근로자의 생계가 걸려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안고 관계 당사자가 모두 수용할 만한 변제범위를
정하기는 쉽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하면 지난 노동법 개정 과정에서 불거졌던 노.사.정 3자간의 갈등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노동부가 활용할 수 있는 법개정의 잣대는 헌재가 제시한 "저당권,
질권 등 담보물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 정도가 거의 유일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노동전문가들은 지난 4월 공포된 소기업지원 특별법이 이번
법 개정의 준거가 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인 내지 50인 이하 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이 법은 근로기준법
제37조 제2항의 임금채권 우선변제에 대한 특례로 도산한 소기업 근로자에게
3개월분의 임금과 3년치 퇴직금, 재해보상금 등을 우선변제토록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소기업 도산시 3년치 퇴직금만 우선 변제토록 한 소기업
지원특별법과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37조도 비슷한 수준으로
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