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부실시공으로 여론의 질책을 받아온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이사장 유상렬)이 최근 단행된 조직개편과 후속 인사를 놓고 일부 임직원
들이 법정 소송 제기 움직임까지 내비치는 등 내부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보직 해임돼 대기발령을 받은 일부 부장급(2급) 간부
들은 인사에 불만을 품고 특정 임원에게 그동안의 비리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인사파문이 공단의 비리 폭로로까지 번질
전망이다.

13일 한국고속철도공단에 따르면 12일 인사 발표후 보직에서 해임된
20명의 간부들이 별도의 비공식 모임을 갖고 인사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이사장에게 대안 제시를 요구키로 하는 한편 최후 상황에는 소송제기 등
집단행동까지 불사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번 인사가 <>특정 임원에 의해 밀실작업으로 추진됐고 <>특별한
문책사유가 없는 임직원까지 대상으로 했다는 점 등을 들어 공정성을 결여한
부당한 인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취임한지 얼마 안되는 이사장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동안 공단을 좌지우지해온 특정 임원이 조직개편이라는 명분
아래 대학살을 감행한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 관계자는 "며칠전 이임식까지 마친 임원이 인사 당일 정상적으로
출근해 인사 발령을 주도한 사실만 보더라도 이번 인사가 특정임원에 의해
주도된게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단은 지난 6월24일 유상렬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조직 대수술
계획을 발표한뒤 "모임원이 반대파를 대상으로 살생부를 작성중"이라는
소문이 나도는 등 최근까지 인사문제로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업무능력이나 그동안의 과실과는 관계없이
공단내 특정 세력에 의해 철저한 학연 및 지연위주로 이뤄졌다"며 "공단이
참으로 거듭나려면 이같은 편가르기식의 분파행동부터 척결돼야 할 것"
이라고 비난했다.

대부분 정부 부처 또는 정부투자기관이나 기술자 출신인 이들은 이사장이
납득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고 진정한 공단개혁에 착수하지 않을 경우 단계적
으로 집단행동을 표면화할 계획이라고 밝혀 이번 인사로 인한 공단의 내홍은
쉽사리 진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관할 부처인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이번 공단의 인사파문과 관련 "부실
시공과 사업비 증액, 사업기간 연장 등으로 가뜩이나 국민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공단이 이같은 모습만을 계속 보인다면 경부고속철도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런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단은 지난 12일 임원 2명을 포함, 국장급(1급) 7명, 부장급 11명 등
모두 20명의 임직원에 대해 보직해임과 대기발령했었다.

< 최인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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