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허위.과장광고로 인해 소비자가 혐오감 등의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 기업은 이에 대해 손해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처음으로
내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장경삼 부장판사)는 12일 최모씨 등 시민
3백17명이 "고름우유" 광고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파스퇴르유업과
사단법인 한국유가공협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1인당 3만원씩 모두 9백51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의 한 관계자는 "비방광고가 실렸던 95년 10월 당시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모든 국민은 손해배상 받을 권리가 있다"며
"소송제기 시효가 만료되는 98년 10월 안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승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시민단체 등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경우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들은 지난 95년 10월 "고름"이라는 혐오스러운
표현을 사용해 타사제품을 비방하거나 아예 특정회사를 지칭해 "고름우유
제조회사"로 광고했다"며 "이같은 행위는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사항인 우유
품질에 관해 일반상거래관행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서 벗어날 정도로 과장
하거나 허위로 광고한 경우에 해당돼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어 "매일 2백~1천m리터의 우유를 마시고 있던 최씨 등이
"고름우유"광고로 인해 혐오감을 갖게 되는 등 정신적 피해를 당한 점이
인정되므로 파스퇴르유업과 한국유가공협회는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
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허위상업광고를 불법행위로 인정해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본 점, 손해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는 당사자를
매우 폭넓게 인정한 점 등에서 매우 의미있고 실험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서울지법 형사1단독 임종윤 판사는 이날 "고름우유"광고와 관련,
지난 95년 불구속 기소된 파스퇴르유업 대표 조재수씨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 등을 적용,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한국유가공협회장 김영진씨와 매일유업 대표 이희주씨 등 유가공업체
대표 5명에게 벌금 7백만~5백만원씩을, 파스퇴르유업과 사단법인 한국유가공
협회에 각각 벌금 5천만원을 선고했다.

< 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