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의 농산물을 경매없이 유통시켜 폭리를 취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내 중도매인과 경매를 거친 것 처럼 서류를 조작한 도매법인
대표 등 38명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검 동부지청 형사5부 (전창영 부장검사)는 28일 한국청과 대표
나경만씨(59) 등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도매법인 대표 5명을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나씨 등은 지난 95년 1월 부터 97년 4월까지 경매를 거치지 않은 마늘,
대파, 총각무 등 3백50억원어치를 경매를 거친 것처럼 조작, 중도매인들로
부터 수수료로 20억원을 챙긴 혐의이다.

함께 구속된 도매법인 대표는 나씨 외에 대아청과 대표 오찬동(54),
동화청과 대표 박병설(55), 중앙청과 대표 김수갑(57), 서울청과 대표
신기택씨(59) 등이다.

검찰은 도매법인 대표들에게 돈을 주고 농안법에 의무화된 상장 경매를
거치지않고 직접 농산물을 유통시켜 폭리를 취한 한용근씨(52.가락시장
중도매인연합회 회장)등 중도매인 10명을 농안법위반 혐의로 구속했으며
최모씨(41)등 중도매인 20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성낙천씨(45) 등 달아난 3명을 수배했다.

한씨와 함께 구속된 중도매인은 최은부(43), 노현철(44), 이천수(55),
정찬영(36), 이재희(33), 박종팔(42), 권이복(42), 안경오(56), 황경석씨
(37) 등이다.

도매법인 대표 나씨와 오씨는 농민등에 대한 생산촉진자금으로 배정된
농수산물가격안정기금 가운데 4억4천만원과 9천만원을 각각 유용하거나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가락동도매시장 유통관리공사가 비상장거래 감시단을 운영하고도
적발 실적이 전무한 점과 농산물유통공사가 농안기금을 실질적으로 관리
감독하지 않은 점등을 중시, 관계공무원에 대한 뇌물수수 등의 비리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이들 공사 및 상부기관인 서울시 농림수산부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5억원 이상 부정거래한 중도매인들만 사법처리했기
때문에 실제불법 유통규모는 3백50억원 이상될 것" 이라며 중도매인들의
경우 정확하게 따질 수 없으나 호박, 오이 등 다른 품목의 경우 상장경매를
거칠때와 그렇지 않을때 농민 등 생산자들에게 돌아갈 몫이 2.5배 가량
차이가 났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도매법인과 중도매인들이 장외거래 등의 수법으로 탈세한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세청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