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위치한 무역업체 M&S테크놀로지에서 근무하는
김덕만(46)씨는 올 여름휴가를 해병대에서 보냈다.

해병대가 민간인들을 위해 마련한 "극기훈련 캠프"에 참가한 것.

김씨는 군에서 제대한지 거의 17년만에 신병처럼 훈련을 받았다.

"앉으면서 번호, 누우면서 번호, 선착순 집합, 복창소리 크게 ..."

조교의 "호령"이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리 뒹굴고 저리 구르는 동안 "군기"가 잡혀갔다.

물론 나이 학벌 직책을 모두 잊어버렸다.

그 이름도 유명한 유격훈련과 PT체조, 지옥담력훈련, 고무보트 (IBS)
기초훈련, 상륙용장갑차(LVT) 탑승훈련, 산악구보 등을 통해 자신의 한계와
부딪치곤 했다.

4박5일동안 "10분간 휴식"의 소중함, 땀흘린 뒤의 성취감, 고된 훈련속의
동기애 등이 새삼 되살아났다.

영업사원인 김씨의 입소동기는 체력보강과 정신력강화.

이게 갖춰져야만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수 있다고 믿은 때문이다.

결과는 대만족.

"인내력도 기르고 자신감도 회복했다.

금주 금연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보니 배가 들어가고 정신도 맑아졌다.

올해 해병대에서 보낸 극기휴가가 일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것이다"

해병대의 민간인을 대상으로하는 4박5일간 "극기캠프"는 인기가 폭발했다.

지난 6월30일부터 8월19일까지 잡힌 총 9차례의 캠프에는 모두 5천여명이
지원했다.

그러나 수용능력이 모자라 1천5백명만 선발됐다.

이 가운데 직장인들은 모두 6백여명.

훈련은 경북 포항 (해병대 교육훈련단), 경기도 김포 강화 (해병대 X사단
유격교육대), 백령등 세곳에서 실시된다.

귀신잡는 해병을 만든다는 이곳 훈련장엔 안락하고 향락적인 휴가를
마다하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민간인들의 열기로 뜨겁다.

공동체 삶을 배우기 위해 또다른 극기휴가를 지원하는 "별종"도 있다.

강원도 태백시 산골에 있는 예수원에는 올 여름 1천여명의 손님들이
예약을 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단순한 휴양을 할수 있는게 아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빨래 식사준비에서부터 목장일 건축일 등 하루 한가지 노동은 해야
한다.

저녁에는 자신의 하루일과를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도시에서 아무때나 편하게 구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여러 사람의 손과
정성을 거쳐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 그동안 전혀 느끼지 못했던 이웃들에
대한 고마움을 배웠다" (E랜드그룹 박모씨)

세계의 미개척지로 오지체험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이것도 일종의 극기여행이다.

역시 이색체험은 적극적 삶의 에너지원인 셈이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