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 차 한대 사는거 어때요"

"아니 당신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집도 없으면서..."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였다.

또 이런 말은 어느정도 공감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같은 대화를 하는 신세대 부부들이 있다면 그것은
"신파극"처럼 보이는 시대가 됐다.

차가 없으면 못사는 시대가 됐다는 말이다.

자동차는 이제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으로 다가온 것이다.

각종 통계를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현재 우리의 승용차 보유 현황은 인구 6.5명당 1대.

가구수로는 1.5가구당 1대 꼴이다.

웬만한 시골이면 자동차를 굴리는 집이 많이 생겼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라며 새마을운동을 펴던 시절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변화다.

그때는 오토바이만 있어도 부러움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대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월세 가구의 승용차 보유율은 37.0%,
93년의 21.3%에 비해 3년새 15.7%포인트가 늘었다.

자기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승용차 보유율은 39.1%로 93년이 25.7%보다
13.4%포인트 증가했다.

주택 유무에 따른 승용차보유율 차이는 2%포인트 밖에 안된다.

주택소유와 자동차의 구입은 거의 무관하다는 얘기다.

이같은 현상은 물론 사회 및 가치관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승용차는 승용차고 집은 집이라는 생각이 보편화되고 있다.

소유보다는 생활의 편리가 더 중요시되는데서 오는 자연스런 결과다.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교통인구를 대중교통수단
만으로는 수용할 수가 없었다.

주말이면 기차표나 고속버스표가 매진되기 일쑤다.

택시는 불친절하고 불안하다.

그러니 자가용을 살 수 밖에.

신세대들이 차부터 사는데는 집값이 비싼데도 원인이 있다.

저축하여 집사는 것을 아예 "포기"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특히 자가용이 없으면 데이트도 못하는 사회가 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집없이 자동차를 구입하는 세태에 대해 회사원 김영미씨(26)는
"다 그러잖아요. 요즘엔"이라고 간단히 대답했다.

다양한 사고가 공존하는 열린 사회는 바람직하다.

주택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태도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다만 소독수준을 무시한 지나친 자가용 선호는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과소비는 물론 교통체증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장유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