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운영하던 기업의 부도로 거액의 빚을 지게 된 회사대표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다며 법원에 파산선고를 신청했다.

과다한 소비생활 때문이 아닌 기업부도로 인한 회사대표의 파산신청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기 및 수질측정기 제조.수입회사인 (주)경화기계상사의 대표 노모씨
(69.서울 광진구 군자동)는 7일 회사부도 후 아직 변제하지 못한 빚
13억원을 탕감해달라며 개인파산선고신청을 서울지법에 제기했다.

노씨의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자금난에 몰려 부도를 내고 빚독촉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들의 파산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적잖은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노씨는 신청서에서 "지난 94년 9월 회사가 부도난 후 8억여원 상당의
개인 재산이 경매처분됐다"며 "현재 남은 재산은 공시지가 2억5천만원
상당의 임야뿐이나 이 부동산 역시 11명의 채권자들에 의해 합계
15억7천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돼있어 사실상 재산이 전무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노씨는 이어 "생활하던 집마저도 법원경매에 넘어가 현재 부인과 함께
1칸짜리 월세방에서 살고 있으며 출가한 자식들로부터 월세와 생활비를
받아 근근이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노씨는 또 "부도 3개월전 발행해 부도난 회사명의 당좌수표 3매중 1매
때문에 지난 4월 서울지법 북부지원에서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를 적용받아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며 "앞으로 남은 2매의 당좌수표가 추가로
부정수표로 처리돼 다시 검찰조사 및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있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이규홍 부장판사)는 이날
노씨의 신청을 검토한 후 노씨의 주소지 관할법원인 서울지법 동부지원으로
사건을 이송했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추후 노씨의 재산 및 부채에 대한 조사결과 재산에
비해 빚이 현저히 많아 변제능력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파산선고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씨는 지난 94년 9월 자신이 30여년간 운영하던 경화기계상사가 부도나
주택 임야 등 전재산이 경매에 넘겨졌으나 나머지 13억여원의 빚을 갚을
길이 없자 신청을 냈다.

한편 노씨는 지난 4월 서울지법 북부지원에서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죄로
징역 6월을 선고받아 지난달 석방됐다.

< 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