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믿음을 다시 심는 마음으로 다리를 놓았습니다"

지난 94년 10월 32명의 무고한 생명과 함께 붕괴된지 2년 8개월만에 다시
개통식을 갖는 성수대교 복구공사의 총지휘자 민상기 현장소장 (현대건설
이사.50)은 사뭇 진지하게 말문을 열었다.

민소장은 세계에서 가장 긴 말레이시아 페낭브리지 건설의 주역을
담당했던 경력 28년의 베테랑 건설인.

그는 삼풍백화점 참사 등 잇따른 대형사고로 모든 건설인들이 죄인취급을
받아온 현실에서 실추된 명예를 되찾고 싶다는 욕심도 컸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1백만개의 볼트구멍 하나하나를 일일이 제눈으로 확인해가며 시공
했습니다.

현장을 점검하기 어려운 야간에는 아예 작업을 안했구요"

2년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튼튼한 다리를 놓겠다는
일념에 민소장은 추석과 설날 외에는 하루도 쉴 수 없었다.

그 결과가 3백년이 가도 끄떡 없으리라는 1등급 다리 성수대교로 나타난
것이다.

재개통한 성수대교는 한국 건설사의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트러스구조물 위치확인 등 첨단기술이 총동원됐고
국내 최초로 영국 RPT사가 공사내내 꼼꼼히 감리했다.

울산과 대산공장에서 제작해 수송된 트러스 구조물의 볼트구멍 1백만개
모두가 단 1mm의 오차도 없이 맞아떨어져 관계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건설사고는 단 한건도 없었다.

"앞으로 모든 건설공사는 성수대교를 기준으로 해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겠죠"

< 김주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