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가 열린 서울인력은행(서울 관악구
봉천동 센츄리타워빌딩 2층)에는 시작 전부터 초만원을 이룰 정도로 구직
열기가 가득했다.

당초 참여인원이 1천명 정도일 것이라는 주최측의 예상을 뒤엎고 26일
오후 열린 행사에 2천여명에 가까운 대학생들이 모여들어 장마철을 무색케
했다.

이번 행사에는 나래이동통신 통인익스프레스 등 모두 24개업체가
참여했으며 이들의 모집인원은 기계조립 포장 사무보조 여론조사 전화상담
요원 등 5백여명선.

이날 즉석에서 취업이 결정된 최인훈(23.건국대 응용수학과 3년)씨는
"내년 1학기 복학할 때까지 직원대우를 받으며 근무하게 됐다"고 즐거워
하면서 "남들이 하지 않으려하는 기계조립 일을 택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
고 비결을 털어놨다.

라디오 안내방송을 들은 어머니의 권유로 이곳을 찾았다는 원신실(20.
서원대 중문과 1년)씨는 "여러 직종을 비교 선택할 수 있고 일자리들도
국가공인기관에서 추천하는 것이라 믿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세계에서도 3D업종은 인기가 없었다.

전화상담 사무보조 상담요원을 뽑는 창구 앞에는 행사시간 내내 수십명의
학생들이 줄을 선 반면 현장인부 기계조립 물품하역직종 창구는 눈에 띄게
한산했다.

이날 사무보조원 5명을 뽑겠다고 공고했던 성애병원은 무려 1백23명이
몰려들자 즉석에서 계획을 변경, 10명을 뽑기도 했다.

나래이동통신에 신청서를 제출한 정소희(20.성신여대 전산학 1년)씨는
"아르바이트를 몇번 해본 학생들은 설문조사나 홍보판매는 하지 않으려한다.
전화상담요원에게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전화해 오기 때문에 기분좋게
일할 수 있어 학생들이 선호하는 편이다"고 전했다.

원두커피 수입판매회사인 (주)리빈코리아 박성일 상무는 "상담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워낙 많아 양질의 인력을 구할 수 있어 좋다"며 "앞으로 이런
행사가 자주 열린다면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는 큰 도움이 될 것"
이라며 즐거워했다.

한편 몰려든 학생수에 비해 이동이 힘들 정도로 행사장이 좁아 많은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의 실무 총책임자인 이상진 운영실장은 "리크루트 등 민간인력
알선업체들은 여의도나 무역센터전시장처럼 큰 행사장에서 행사를 치를 수
있지만 국가기관인 서울인력은행에서는 예산확보가 어려워 자체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다음에는 더 넓은 장소에서 행사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실장은 이어 "예상보다 호응이 좋아 7,8월에도 계속 열 것을 검토 중"
이라며 "오는 10월1일께 서울인력은행 개설 1주년을 맞아 취업박람회를
대대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현장에서 3백43명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성과를 거두고
막을 내렸다.

서울인력은행은 노동부와 서울시가 지난해 9월 공동으로 설립한 취업알선
기관으로 2월에는 명예퇴직자를 위한 만남의 날, 4월 기능인, 5월 전문인력을
위한 채용박람회를 여는 등 올들어 지금까지 총 3천3백여명을 취업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 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