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초 전세계 산업계는 미국의 자동차업체 크라이슬러의 성공
스토리로 떠들썩했다.

도산위기까지 몰렸던 크라이슬러는 극적인 회생으로 일약 재계의
히어로로 떠올랐다.

그러나 크라이슬러의 성공뒤에는 한컬설팅업체의 공헌이 숨어 있었다.

바로 AT커니였다.

지난 26년 매킨지와 공동 창립된 AT커니는 13년후인 39년 컨설팅 방식의
견해차이로 매킨지와 결별했다.

그 이후 자동차 화학 등 제조업분야의 컨설팅으로 명성을 쌓았지만
보수적 분위기로 조직이 정체돼있었다.

이런 AT커니를 활성화시킨게 프레드 스테인그래버 회장(59)이다.

그는 AT커니에 변화와 국제화의 바람을 불어넣으면서 업계 평균보다
두배나 빠른 매출성장을 일궈냈다.

덕분에 지난 83년 이후 무려 14년간 최고경영자(CEO)의 자리를 지키며
업계 최장수회장의 기록을 세웠다.

최근 내한한 스테인그래버회장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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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 사람 = 노혜령 < 산업1부 기자 > ]

-- 요즘 한국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져있다.

이를 두고 단순한 경기순환적 현상이라는 분서과 구조적인 문제로 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데.

* 스테인그래버회장 = 어느 경제현상이나 경기순환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어느나라나 구조적으로는 1개국 시장만 놓고
경제현상을 분석하는데 불가능해질 것이다.

경쟁이나 투자 어느모로 보나 경제가 세계적으로 통합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개방 민영화 규제완화 등의 조치없이는 구조적인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구조적인 기초를 다지는데 주력해야 한다.

-- 이런 전환기에 기업들은 어떤 경영전략을 취해야 하나.

* 스테인그래버회장 =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자원을 효율화하고 경쟁력있는 사업에 경영포커스를 맞추며 한계사업을
정리해야 한다.

자금유동화를 꾀하고 자산을 합리화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미국 등 서구 기업들은 이미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시장개방과 규제완화라는 흐름속에서 한국의 대기업들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성향상 효율성제고 혁신 등을 추진할수 밖에 없다.

-- 그 과정에서 바람직한 정부의 역할은.

* 스테인그래버회장 = 시장기능이 활성화될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부실기업을 살려내려고 시장에 개입해서는 안된다.

정부개입으로는 어차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부실기업은 이미 재정위기에 빠져있는 상태다.

이 상태에서 정부가 부실기업을 지원한다 해도 경영과 투자실책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정부개입은 어차피 해야할 구조조정의 시기만 늦추는 꼴이
될 것이다.

따라서 시장기능에 맞겨둬야 한다.

이 구조조정 과정에 외국인이 참여할수 있도록 시장개방 조치도 필요하다.

-- 한국의 입장에서는 아직 충분한 경쟁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시장을 완전 개방했다간 선진기업들에 시장을 완전 잠식당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는데.

* 스테인그래버회장 = 외국기업과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경쟁력은 강화된다
는게 미국이 체험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시장개방이후 미국기업들의 경재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지난 82년까지만 하더라도 외국기업이 베스ㅌ5 경쟁자들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미국기업은 5%미만이었다.

그로부터 10년후인 92년 미국 제조업체중 절반에 가까운 45%가 가장
강력한 5대 경쟁자중 3개 이상이 외국기업이라고 느끼게 됐다.

-- 미국경제의 성공비결이 외국기업과의 경쟁이었다는 얘긴가.

* 스테인그래버회장 = 그렇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외국기업과의 경쟁덕분이다.

외국기업과의 경쟁과정에서 미국기업들은 간접비를 줄이고 노동생산성을
높였으며 아웃소싱 리엔지니어링을 추진했다.

또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했다.

-- 미국 정부는 어떤 역할을 했는가.

* 스테인그래버회장 = 기업들을 도와주기 위해 규제환화를 단행했다.

교통통신 의료 금융서비스 공공시설 분야의 규제를 풀었다.

이런 다양한 산업분야의 규제완화가 기업들로 하여금 경쟁력과 혁신을
가능케 했다.

물론 번영을 보장해주는 만병통치약은 없다.

성장없이는 부의 창출이 불가능하다.

성장을 위해서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신시장을 개척하고 새상품과
금융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혁신도 필요하다.

이 모든게 결합돼 생산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사업을 성장시키는 방법이 찾아진다.

-- 미국은 시장을 개방하기 전에 상당한 경쟁력를 이미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기업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시장개방의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데.

* 스테인그래버회장 = 미국의 경우 시장개방이후 어려움을 겪은 것은
오히려 대기업이었다.

현재 미국의 경제붐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중소기업들의 번성이다.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어려운게 대기업이다.

대기업들은 무한한 자원이 있고 성장한 저력이 있기 때문에 강하다는게
일반론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은 변화방법을 모른다는 점이다.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더라도 조직을 어떻게 활성해야 하는지를 모른다.

소규모 기업은 이런 점에서 훨씬 우위에 있다.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그들은 기업가정신이 강하다.

따라서 한국의 대기업들도 경쟁력을 갖추려면 작은 기업으로 쪼개져야
한다.

-- 21세기 생존을 위한 가장 핵심요소를 꼽는다면.

* 스테인그래버회장 = 기술력이다.

과거 20년동안 포천 5백대기업을 분석한 결과 40%가 사라졌다.

앞으로 20년후에는 이런 속도가 더욱 빨라질것이다.

이런 거센 변화의 물결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기술개발이다.

-- AT커니는 침몰중이던 크라이슬러의 컨설팅을 맡아 성공적으로
회생시켰을만큼 자동차분야의 컨설팅으로 명성이 높다.

한국에서는 삼성의 자동차 시장 신규진입을 앞두고 구조조정 논의가
한창인데, 한국자동차산업에 대해 평가한다면.

* 스테인그래버회장 = 지금처럼 세계 자동차시장이 공급과잉 현상을 빚고
있는때 신규진입해서 성공하기란 정말 어렵다.

특히나 한국처럼 고비용국가인데다 공급기반이 이미 갖춰진 상태에서는
더욱 그렇다.

1백만 ~ 2백만대의 대량생산체제를 신속히 갖추거나 엄청난 투자자금을
가지고 가격을 대폭 끌어내리기전에는 경영이 어려울 것이다.

중국 러시아 남미 등 저비용국가들이 이미 모든 종류의 자동차를 생산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규진입한 자동차업체들은 이미 고전을 하고 있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대량생산과 엄청난 개발비용이 뒷받침돼야 한다.

끊임없이 새모델 새제품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생존이 힘든게 요즘이다.

그러나 자동차 신모델을 하나 개발하는데는 수억달러의 개발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한국기업들도 어려운 시기를 겪을수 밖에 없다.

-- 경제의 구조조정과정에서 기업의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게 마련
이다.

그래서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기업의 인수-합병(M&A)붐이 거세다.

성공적인 M&A를 위한 전략은.

* 스테인그래버회장 = M&A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양쪽 기업들의 전략이나
비전을 공유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전략적 인수의 절반정도가 실패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 이유는 양쪽 기업이 M&A를 통해 얻으려는 비전과 목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속한 M&A업무처리도 관건이다.

M&A가 일단 결정되고 나면 신속히 일을 처리하는데 중요하다.

-- AT커니도 지난해 미국의 정보기술업체인 EDS에 합병됐다.

양쪽의 M&A는 상당히 성공적이라고 들었는데.

* 스테인그래버회장 = 대부분의 M&A는 비용절감이나 사업합리화를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AT커니와 EDS의 합병목적은 성장과 서비스 강화를 통한 경쟁력
우위 선점이었다.

양측의 사업은 상호보완적 기능을 갖고 있었다.

겹치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EDS와 AT커니의 5대 고객중 단 1개 기업만이 똑 같았다.

1백대 고객중 겹치는 부분은 10%도 채 안됐다.

AT커니가 경영전략, EDS는 정보기술력에서 각각 앞서 있었다.

이 둘이 결합된 것이다.

그러나 합병이후에도 AT커니는 의사결정권과 이사진 경영진 임금체계
등을 그대로 가짐으로써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