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9년부터 의사는 처방을 내리고 약사는 이에 따라 약을 짓는
"의약분업"이 단계적으로 실시된다.

그러나 의약분업에 대해 당사자인 의사협회와 약사회의 입장이 엇갈려
의사와 약사간 분쟁이 재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무총리 자문기구인 의료개혁위원회는 12일 의약분업 시행을 위한 두가지
시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의개위는 이 안을 토대로 공청회 등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한 뒤 오는
10월까지 국무총리에게 건의할 계획이다.

의개위가 마련한 시안은 오는 99년부터 광역시를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의약분업을 실시하되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는 시기를 2005년(A안)과 2010년
(B안)으로 하는 두가지이다.

A안의 경우 실시 초기부터 주사제를 제외한 모든 전문의약품을 대상으로
하고 2005년부터는 주사제까지 포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B안에서는 일부 전문의약품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하되 2005년부터는
주사제를 뺀 모든 전문의약품을, 2010년부터는 주사제를 포함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의개위가 마련한 안은 즉각적인 완전분업을 요구하는 의사협회나
의사처방없이도 약을 지을 수 있는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는 약사회의 주장에
모두 맞지 않아 앞으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 80년대에만 세차례나 의약분업 제도 도입이 시도됐다가 관련
집단의 이해다툼으로 번번히 무산된 적이 있어 의개위 안을 실시하는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의약분업은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의료보건체제 개혁의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습관성 의약품이나 스테로이드제제 등의 남용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제도적 허점으로 약품의 오남용이 발생하기 때문이어서 의약분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한국사람들의 항생제에 대한 내성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은 그동안 정확한 진단없이 약을 짓거나 비전문가들이 약을 조제하는
등 마구잡이식으로 약을 지어먹은데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의개위 관계자는 "이번 시안은 단계적 실시라는 약사회의 주장과 모든
의약품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사협회측을 요구를 모두 부분 수용한 절충안"
이라며 "국민보건의료를 위해 의약분업을 늦출 수 없는 만큼 양측이 한
걸음씩 양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주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