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소환돼 밤샘조사를 받고 있는 현철씨의 비리혐의는 비자금 조성
경위, 이권개입 및 금품수수, 정부주요인사 등 국정개입 및 대선잔여금
관리부분으로 정리된다.

검찰은 이중 사법처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되는 이권개입부분을 사실상의
승부처로 보고 그동안 확보한 참고인진술과 물증을 토대로 강도높게
추궁했다.

특히 기업체 이권청탁 등 확실한 단서가 포착된 부분부터 현철씨를 압박해
국책사업자선정 등에 대한 개입사실을 자백받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미 현철씨가 대선자금 잔여금과 이권사업개입을 대가로 약
2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 치밀한 돈세탁을 통해 관리해온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현철씨가 이성호 전대호건설 사장을 통해 50억원을, 김기섭 전
안기부 차장에게 70억원을 위탁해 관리해온 사실을 밝혀냈다.

문제는 이 가운데 직접적인 사법처리대상이 되는 검은 돈이 얼마가
되느냐는 부분.

검찰은 우선 두양 김덕영 회장 등 동문기업인들로부터 93년 중반부터
2년반동안 매달 6천만원씩 받은 20억원가량이 비교적 대가성이 뚜렷한
청탁성 자금으로 보고 있다.

특히 김회장이 정기적인 활동자금외에 별도로 건넨 3억원은 신한종금
경영권 분쟁해결이라는 뚜렷한 현안이 걸린만큼 대가성입증에 무리가 없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또 박태중씨가 민방선정과 관련, 참여업체인 한국종건 등으로부터 받은
12억여원도 현철씨와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와함께 이전사장이 95년 7개 케이블TV를 집중 매집하고 자신이
설립한 동보스테인레스가 포철의 철강판매권을 따내는 과정에 현철씨가
관련기관에 압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다.

이와함께 대호건설이 국방부와 정부투자기관이 발주한 1천7백여억원의
관급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수주한 것과 관련해 현철씨의 개입여부를 조사했다.

이번 소환조사에서 현철씨가 이권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적용될 죄목은 특가법상 알선수재가 유력하다.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안 등에 대해 청탁하거나
알선하는 행위 또는 이를 명목으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받는 행위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혐의에 해당하며 5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이밖에 현철씨가 관리해온 대선자금 잔여금의 규모와 정부주요인사개입
등에 대해서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이미 박씨가 대선직후인 지난 93년초 인출해낸 1백32억원중 상당
부분이 대선잔여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씨와 김전차장이 관리해온 50억원과 70억원중 일부도 대선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현철씨의 입을 통해 그가 관리한 전체적인 대선잔여금의
규모를 확인할 계획이다.

형사처벌까지는 힘들지만 대선자금이나 국정개입부분이 문민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을 증폭시킨 계기가 된 만큼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검찰이
내린 결론이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