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앙수사부 (심재륜 검사장)는 11일 김현철씨 비자금을 은닉
관리해온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성호 전대호건설사장(37)이 이날 자진
귀국함에 따라 이씨를 소환, 밤샘조사했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대호빌딩의 위장매각과 케이블TV방송 매집
<>포항제철 철강독점판매권 인수 <>정부투자기관 등이 발주한 관급공사
수주등 이권사업과 관련한 현철씨 개입여부와 대가성 자금수수여부 등을
집중추궁했다.

검찰은 특히 문민정부 출범이후 대호건설이 1천7백억원에 이르는 13건의
관급공사를 수의계약 등의 방식으로 따 낸 경위와 공사수주를 전후해
이씨가 회사임직원등의 명의로 개설한 계좌로 수십억원이 입출금된 경위를
조사했다.

검찰은 이씨가 측근인 대호건설 기획실장 김종욱씨를 통해 수십개의
가차명계좌를 이용해 자금을 분산, 은닉시킨후 제2금융권의 무기명
금융상품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관리했는지에 대해 추궁했다.

이씨는 이와관련,"미국 유학시절부터 친형처럼 알고 지내던 현철씨의
부탁으로 수억원 정도를 맡겨와 이를 관리했다"며 비자금 관리사실을
시인했으나"돈의 출처에 대해서는 알지못하며 특히 현철씨에게 이권사업과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부탁한 적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관계자는 "우선 이씨를 상대로 각종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며 현철씨의 소환일정은 수사진척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현철씨 소환이 빠르면 이번주중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씨는 한보사건 수사가 진행중이던 지난 2월4일 돌연 미국으로
출국한 뒤 이날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자진귀국했으며 검찰은 그동안
이씨가 현철씨 비리를 파헤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인물로 이씨를
지목, 귀국을 종용해왔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