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맞아 4대 7명의 대가족이 33평 아파트에 오손도손 모여사는
집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7일 서울시 서초구로부터 "화목한 고부상"을 받은 반포3동의 황호순(73)
오혜정(42)씨 가족이 그 주인공.

며느리인 오씨는 시부모 내외와 시어머니의 친정어머니인 배일동(97)
할머니를 모시고 남편과 두 중학생 아들들까지 모두 일곱식구의
살림살이를 챙긴다.

이들에게 핵가족이란 이해하기 힘든 단어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라도 당연히 부모님을 모셔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81년 시어머니의 외동아들에게 시집오면서부터 어른들을 모시고
살아온 오혜정씨는 왜 지금까지 부모님을 모시고 사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어려운 점보다는 좋은 점이 더 많아요. 상할머님은 증손주들을 갓
낳았을 때부터 손수 씻기고 먹여주셨습니다. 또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들로부터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삶의 지혜를 저절로 터득하게
되지요"

그러나 불편한 점도 없지 않다.

연로하신 상할머니를 혼자 계시게 할 수 없어 외출할 땐 시어머니와
번갈아가며 당번을 해야 한다.

또 외출하고 와서 피곤할때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패스트푸드나
자장면 등 음식을 시켜먹고 싶어도 어른들이 계시니 항상 밥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불편이 오히려 남다른 행복의 비결이다.

상할머니를 같이 모시다보니 시어머니와의 정이 각별하다.

각기 자신의 부모를 모시는 입장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상할머니의 존재로 대표되는 대가족체제가 고부간 갈등의 원인을
원천봉쇄하는 셈.

주위에선 오씨 고부를 "모녀지간"으로 부를 정도다.

또 항상 된장찌개에 나물 생선 등 "우리 식단"을 즐기다보니 가족들이
건강하다.

장수하시는 상할머니는 말할 것도 없고 일흔다섯인 시아버지도지금까지도
바쁘게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시며 잔병치레 한번 없다.

오혜정씨가 어버이날이라고 다른 때와 달리 특별한 것을 준비하는 것은
없다.

올해도 아이들 이모 가족들과 함께 모여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1년 열두달이 모두 어버이날인 가족이 이들이다.

< 김주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