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수사조기종결 압력과 "33+알파"설등 수사외적 요인으로 정치권
수사가 상당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14일에도 정치인 5명이 무더기로
검찰청에 출두했다.

이날 소환된 정치인들은 한보로부터 돈을 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인반 부인반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수사조기종결 주장과 관련, 검찰권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의 수사방향에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 오전 검찰에 출두한 김윤환의원은 11시간 20여분간 조사를 받고
소환된 5명의 정치인중 제일 먼저 이날 오후 9시50분께 귀가.

김의원은 "조사과정에서도 돈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들어올 때와 똑같이 대답했다"고 답변.

김의원은 "모든 것이 명확하게 확인됐느냐"고 기자들이 되묻자 "그것은
검찰이 밝힐 일"이라고 말해 "돈 받았으면 받았다고 하는 김윤환이 아니냐"
며 단호한 어투로 금품수수설을 강력 부인했던 출두때 보다 다소 기세가
누그러진 모습.

<>.오전 11시께 비서관 1명과 함께 청사로 출두한 김옥천 전민주당의원은
승용차를 타지 않고 나와 눈길.

김의원은 금품 수수설에 대해 "조사해봐야 알지"라며 이를 부인하지 않는
듯 하다가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 되자 "아는 바 없다.

한보 관계자들을 만난 일도 없다"고 돈 받은 사실을 최종 부인.

<>.이날 오후 1시58분께 김한곤 전충남지사가 대검청사에 모습을 드러낸데
이어 10여분 뒤인 2시10분께 신한국당 김정수의원이 출두.

김 전지사는 "당진 제철소 1단계 준공식 당시 참석해 정총회장을 만난
사실은 있지만 돈을 받은 사실은 없다"며 금품수수 사실을 부인했으나
"측근등 제3자가 돈을 받은 사실도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두고
봐야지"라며 다소 애매하게 답변.

짙은 감색양복차림의 김의원은 "검찰에서 모든 것을 다 밝히겠다"고만
말해 금품수수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을 회피.

<>.오후 정각 3시께 이날 소환자중 마지막으로 검찰청에 모습을 드러낸
이철용 전의원은 "지난 95년말 한일 장애인 교류협력행사 찬조금으로
3천만원을 받은 것외에 한보로부터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

이 전의원은 이어 "각종 설 때문에 만신창이가 됐다"며 "의혹을 벗겨낼 수
있게 돼 (검찰에) 오게 된 것이 오히려 다행스럽고 홀가분하다"며 소감을
피력.

<>.검찰은 이날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치권 수사조기종결요구와
음모설 등에 대해 부당한 검찰권 침해라며 매우 불쾌한 반응.

검찰 고위관계자는 "검찰의 입장은 사실여부를 철저히 가려 범법사실이
있다면 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것"이라며 "정치권이 요구한다고 진행중인
수사를 그만둘 수 있느냐"고 반문.

<이심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