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싼 데가 어디냐"

이달 들어 정유사간의 휘발유 가격인하전이 본격화되면서 운전자들의
눈길이 바빠졌다.

스쳐 지나면서 1원이라도 더 싼 주유소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휘발유가 바닥날 때쯤 되면 그저 아무데나 가까운 주유소에 들어가던
식은 이제 없어졌다.

기름값이 무서워 차를 집에 두고 다니는 사람이 늘고 있는 상황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열심히 찾아다녀야만 싼 휘발유를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각 정유사마다 상품권이나 제휴카드 등을 통해 할인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 어느 회사 계열의 주유소가 휘발유를 더 싸게 팔고
있는지는 자세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현금을 주고 살 경우 정유사가 소매 가격을 지정해 줄 수 없는
탓에 지역적으로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현재 한화에너지의 휘발유가 리터당
8백31원선으로 가장 싸다.

쌍용정유와 현대정유는 1원이 비싼 8백32원대에 휘발유를 팔고 있다.

유공과 LG칼텍스정유 계열 주유소의 휘발유값은 8백37~8백39원선이다.

리터당 최고 6~8원이 차이가 난다.

중.소형차로 가득 채울 경우 (40~50리터) 주유소만 잘 고르면 2백40~
4백원 정도는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현금 대신 카드를 이용하면 더 싸게 휘발유를 살 수 있다.

LG 한화 현대 등은 제휴카드나 자사주유전용카드로 휘발유값을 결제하면
3%를 깎아주고 있다.

LG의 경우 LG정유LG카드와 LG정유국민카드 등을 사용하면 리터당
8백12~8백14원에 휘발유를 살 수 있다.

현대자동차카드로 현대정유 오일뱅크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면
8백7원에, 외환카드와 삼성카드등 한화제휴카드와 한화주유전용카드로
한화 에너지프라자에서 주유하면 8백6원에 1리터를 넣을 수 있다.

상품권을 구입하는 것도 절약 요령이다.

쌍용정유를 제외한 유공 등 4사가 모두 3%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판매하고 있다.

유공의 경우도 상품권을 미리 사서 휘발유를 넣으면 1리터에 8백12~
8백14원 밖에 안된다.

이렇게 카드와 상품권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쌍용정유가 가장 비싸다는
결론이 나온다.

쌍용은 신용카드할인제를 도입하지 않은데다 최근 상품권 발매마저
중단해 할인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

현재 리터당 8백32원이니 한화에너지 계열 주유소에서 카드할인혜택을
받고 살 때와 비교해보면 26원이 비싸다.

가득채울 경우 1천~1천3백원 정도 차이가 난다.

물론 쌍용도 나름대로 논리가 있다.

"자사 제휴카드와 상품권을 사용하는 고객들에게만 깎아주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가격인하가 아니다" (김선동 쌍용정유사장)는 입장이다.

소위 "오픈 프라이스 (Open Price)"여야 한다는 것이다.

쌍용이 항상 타사에 앞서 가격인하전을 벌일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상당한"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