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암암리에 다단계 판매에 나선 직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는 다단계 조직에 가입한 직원이 근무시간에도 회사일을 제쳐놓고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가 하면 판매원이 상급자일 경우는 부하직원에게
강매하는 등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K사 휴게실.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모여 동료가 개최하는
상품설명회(?)를 경청한다.

자신의 경험을 섞어 가며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모습이 일상업무에서
보다도 자못 진지하기까지 하다.

또 판매원을 늘릴 때마다 실적이 올라가기 때문에 주변의 직원이나
그들의 가족 명단까지도 본인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등록되는 사례까지
있다.

심지어는 직장 간부의 부인이 이러한 다단계판매 조직에 가입한 때에는
부하 직원의 가정은 물품을 구입해 쓰도록 권유를 받는다.

말은 부드러운 권유지만 부하 직원의 입장에서는 거절할 수 없는 강요인
셈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모그룹 계열의 S사에서는 직원들을 상대로
다단계 판매조직 참여 여부를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이 회사의 인사담당자는 "다단계 조직에 가입한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회사 전화를 이용 물품판매에 나서는 등 근무여건을 해치고 있다"며
"조직의 단결을 해치는 이같은 행태가 드러날 경우 그에 따른 인사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소비자단체의 관계자는 "알바니아 내란을 불러왔던 피라미드식
금융판매 조직이 국내에서 적발되는 등 폐해가 크다"며 "직장인 한명이
이 판매조직에 가입할 경우 주변 사람과 가족까지도 가입 시켜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피해가 확산될 것을 우려했다.

< 장유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