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재수사의 불똥이 경제부처로 튈 것으로 예상되면서 과천관가가 돌연
긴장하는 분위기다.

직무와 관련해 정확을 받을 자체가 없다면서도 이번엔 그냥 넘어가기
어렵지 않겠느냐는게 과천의 분위기.

특히 인허가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퉁상산업부나 건설교통부는 계속 의문이
제기되면서 검찰의 수사진척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부처 공무원과 한보가 어느대목에서 관련이 있을 수 있는지를 짚어본다.

<> 신기술도입(95년2월) =당진제철소가 도입한 코렉스(융용환원제철공장)
설비는 세계에서 남아프리카 이스크사(30만t)와 포철(60만t)만이 시험
생산용으로 도입한 것이었다.

상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보철강이 연간 1백50만t이란 대규모
공장건설에 착수함에 따라 배경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따라 한보와 기술도입선인 오스트리아 베스트알피네사에게 조세감면
혜택을 주도록 한 조치, 즉 코렉스설비가 신기술이라는 통상산업부의 확인은
검증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한보의 기술도입시기를 전후해 포철은 코렉스설비 추가건설 계획을
갑자기 고로로 바꿨는데 이 부분도 석연치 않다.

<> 외화대출추천(92년9월) =통산부는 92년과 93년 3차례에 걸쳐 7천7백만
달러의 외화대출을 추천했는데 여기에 대한 특혜시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92년 상공부는 외화대출업체로 34개를 추천, 4억달러가 배정됐는데
이때 한보는 3천6백만달러라는 거액을 배정받았다.

1개업체당 평균 추천금액이 1천20만달러임을 감안할 때 의혹이 제기될
소지가 충분하다.

한보측의 외화대출 추천이후 금융권의 대출이 크게 늘었으며 금융계는
이 과정에 금융당국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 아산만 공유수면 매립허가(89년 12월) =한보가 88년 12월부터
당진제철소 부지마련을 위해 매립을 추진했던 아산만 앞바다 91만평은 당초
공유수면 매립기본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89년 6월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한보가 95년에 두번째 매립면허를 받은 14만9천여평은 한국전력이 발전소
건립부지로 남겨 둬야 한다고 주장해 1차면허(89년 12월, 76만4천평)때는
포함되지 않았던 곳이다.

그럼에도 2차 면허발급때엔 아무런 제재도 없었다.

<> 기타한보관련 사항 =한보측은 시베리아 가스전 소유주인 "루시아석유"사
의 지분 27.5%를 인수, 이곳의 가스를 총연장 6천1백km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50년간 한국등 동아시아에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통산부는 당시 가스공사등 국내 7개 기업이 이미 컨소시움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한보측의 사업계획을 보류했으나 한보측은 지분을 인수하고 가스전
개발및 수송사업은 가스공사와 고합등의 컨소시움이 주도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런데 "루시아석유"는 자국내에서 소비되는 가스를 생산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여서 한보측의 지분매입 및 투자허용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었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