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노동법에서 복수노조 허용으로 민노총은 그동안 숙원이던 제도권
진입문제를 가뿐하게 해결했다.

그렇다면 민노총은 당장 합법적인 상급 단체가 될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상태로는 그리 쉽지 않다.

민노총은 상급단체로 인정받기에 여러가지 법적 결격사유를 갖고 있기
때문.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는 상급단체로 인정받으려면 노동부에
신고를 한 뒤 설립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이때 노동부는 단체에 문제가 없는지를 심사토록 돼 있다.

여기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장애물은 두가지다.

첫째는 근로자신분이 아닌 사람이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

현행법에는 노동단체의 경우 임원은 근로자신분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병호 부위원장과 배범식 부위원장은 해고자로 이미 확정된 상태.

법정에서 해고효력을 다투고 있는 권영길 위원장도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두 부위원장만의 신분문제만으로도 민노총의 상급단체 합법화는 불가능하다.

둘째는 가맹단체중 "불법"단체가 있다는 것.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나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 등이 이에 속한다.

현총련은 전국단위의 산별연맹 기준에 부합되지 못하고 전교조는
법외단체다.

노동부 관계자는 "결격사유가 있는 한 신고서류를 반려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어 현상태라면 민노총의 법적지위 확보는 난망한 상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민노총이 노동부로 부터 정식으로 설립인가를 받지
못하면 앞으로도 협상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민노총은 이에 대해 법적지위를 얻기 위해 임원진을 교체하거나 "법외
가맹단체"를 탈퇴시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강경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노총 관계자는 "현행법으로 보면 결격사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결코
구걸해서 지위를 얻을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여태까지 합법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싸워왔듯이 계속 투쟁해
정면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법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합법화투쟁을 벌이겠다는 것.

결국 민노총이 상급단체로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법을 바꾸던지
아니면 민노총이 내부정리를 해야만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민노총만을 위해 법을 개정하기도 어렵고 민노총이 전교조 등을
탈퇴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같은 점에 비춰볼 때 민노총 합법화 문제는 경우에 따라 앞으로 노정.
노사간에 큰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조주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