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꺼려하는 혐오시설을 자기 마을로 유치, 지역발전의 토대로
삼으려는 곳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광주광역시 북구 효령동 주민들이 화제의 주인공.

효령동 주민들이 화장장과 공원묘지를 자기마을에 유치하겠다고 나서
7년째 표류해오던 시립화장장과 공원묘지 조성사업이 활기를 띠게 된
때문이다.

광주시는 지난 76년 조성된 망월동 묘역이 내년 3월께 매장이 완료될
예정이고 현재의 시립화장장이 택지개발로 주거지역에 자리잡아 이전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그동안 공원묘지와 시립화장장 조성사업을 시의
주요 현안사업으로 선정하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시는 지난 90년 북구 청옥동 망월동 산 224 일원을 화장장 시설지구로
도시계획 결정을 내리고 사업추진을 해왔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7년째
조성사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던 것.

북구 효령동 주민대표로 구성된 "화장장 설치 및 공원묘지 유치 추진
위원회"는 최근 광주시에 효령동 산 100번지 일대 약 20만평의 부지에
시립화장장과 98년 만장되는 시립공원 묘지를 조성해줄 것을 건의한 상태다.

효령동 주민들이 화장장 및 공원묘지 후보지에 제시한 북구 효령동산
100번지 일대는 현 망월동 시립공원묘지의 옆마을로 골짜기 형태의 20여만평
(망월동 시립공원묘지 18만평) 규모이며 화장장은 물론 향후 20여년동안
묘지사용이 가능한 곳.

효령.학동.신촌.종망.우곡마을 등 효령동 주민들은 건의서를 통해 이들
혐오시설을 유치하는 대신 이 시설들이 들어섬으로써 입게 될 정신적 고통과
피해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효령동 지역의 주민숙원사업을 시가 적극 추진해
줄 것을 요구했다.

즉 화장장 운영을 포함한 각종 수익사업에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해주고
마을앞까지 시내버스 노선을 연장.증차운행해 줄 것 요청한 것이다.

효령동 주민들이 이같은 혐오시설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효령동이 광주시에 편입된지 40년이 지났지만 그린벨트로 묶여 낙후를
면치 못한데다 효령동 지역이 또 하나의 기피시설인 재활용품 처리단지
조성예정지이기 때문에 기왕에 혐오시설이 들어설 바에는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이에따라 시는 지난달부터 주민들의 요구대로 시내버스의 연장운행에
들어가는 등 주민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기 시작했다.

시로서는 두가지 현안사업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본 것이다.

그러나 시의 바램대로 공원묘지와 시립화장장 조성사업이 원만히
추진되기에는 몇가지 장애물이 숨어있어 이에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즉 법정동인 효령동이 속한 북구 우치동의 일부 동이 이같은 혐오시설
유치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반대주민들은 시의회에 접수한 상태다.

그러나 현재 광주시가 처해있는 장묘시설과 화장장 설치의 필요성에
비춰볼 때 북구 효령동 시립화장장과 공원묘지 조성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어 시가 반대주민들에 대한 설득과 함께 지원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광주=최수용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