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26일 오후 2시 교내 종합체육관에서 선우중호 총장과 김재순
동창회장, 안병영 교육부장관, 윤천주.권이혁.이현재 전총장 등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제51회 학위수여식을 가졌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는 학사 3천8백49명, 석사 1천8백27명, 박사 4백22명
등 모두 6천98명이 학위를 받았다.

또 미술대학 동양화과 고운산씨(31) 등 각 대학 성적 최우수 졸업생
16명과 평점평균이 4.3점 만점에 3.9점이상인 최우등급 졸업생 92명 등이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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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선우중호 총장 졸업식사 요지.

여러분은 실생활을 위한 준비기간이었던 학창생활을 마치고 오늘 비로소
한사람의 성인으로서 현실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됩니다.

우리 교육이 혹 부실했다 하더라도 그 부족했던 점조차 스스로 메워야
함은 물론 앞길에 놓여있는 어떤 난관이라도 자신의 힘과 지혜로 타개해야
하는 성인이 됐습니다.

현대의 개인중심 사회에서는 개인의 권리가 강조된 나머지 함께 정을
나누며 어울려 사는 공화의 정신이 소홀히 되기 쉽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기를 다스릴 줄 알고 공동선의 원리에 따라 사회의 공동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대학공부를 한 사람", 즉 "큰 사람"이 필요합니다.

"큰 사람"은 또한 현대 물질주의 사회에서 사물에 부림을 당하지 않고
사물을 제어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사리와 실리의 끊임없는 유혹이 있더라도 "큰 사람"의 도량을 보여 여러분
모두가 도덕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서울대 정신의 표상이 되길
당부합니다.

우리는 가끔 "학교의 우등생이 사회의 열등생"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여러분은 학교에서 습득한 지식을 낡고 빈 껍데기로 만들지 말고 끊임없이
새로운 알맹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훌륭한 틀로 가꿔 현실사회가 교과서적
원리가 적용되지 못할만큼 왜곡돼 있다면 과감하게 그것을 바로잡는데
정진하길 바랍니다.

사회는 여러분의 젊은 패기와 참신한 착상, 타오르는 이상에의 열정을
공급받을 때만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서울대 정신을 깊이 간직하고 오늘의
졸업을 계기로 끊임없이 자신을 닦고 온누리를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당부합니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