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창운씨(50)는 유행을 좇기보다 옛것을 찾는 수집광이다.

세월이 남긴 흔적의 편린을 모으느라 여념이 없다.

뉴스를 전달하는 한국경제신문 서울수도권지역 가판 총책임자라는 직업과
대조적으로 옛것의 멋과 가치를 찾는데 심취해있다.

성북1동 한옥 방 6개중 3개에는 그가 30여년간 모아온 온갖 희귀한
물건들이 빼곡이 들어차있다.

기기묘묘한 수석들이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방을 지나면 멋드러진
양주병이며 라디오 전화기들이 사면을 장식한 뒷방이 나온다.

또 한쪽 골방에는 온통 신문스크랩북더미이다.

일제때 순사들이 썼음직한 "모시모시"전화기(다이얼없는 송.수화기 분리형
전화기)가 주렁주렁 걸려있고 1백1년된 스위스제 L M 에릭슨전화기, 1백18년
된 미제"에펠탑"전화기가 세월을 잊은채 젊잖게 자리잡고 있다.

40년대 이후에 나오기 시작한 다이얼전화기들도 스포츠카형 촛대형
향수병형 등 독특한 모양새를 뽐내고 있다.

웬 왕진가방인가 싶어 열어보면 8.15무렵 갑부의 상징으로서 쌀 몇가마는
줬음직한 "제니스"라디오가 우람한 덩치를 드러내고 지구본 수레 오크통
모양 등 각양각색의 양주병들도 볼만하다.

가죽술병은 물론이고 크리스탈로 된 것도 있다.

이제 그의 소장품은 수천점을 헤아린다.

전화기가 3백50대가량, 라디오 1백50대정도, 라이터도 약 1백50개, 수석
1천여점에 이른다.

이처럼 수집품이 유명하고 보니 2천여개가 되는 크고 작은 양주병의 경우
얼마전 모 백화점이 전시회에 선보이겠다며 빌려가기도 했다.

지난 94년 열린 세계전화기전시회 때는 한국통신이 그의 소장품들을
빌려갔을 정도.

채씨가 수집에 나서게 된 것은 신문스크랩을 하면서부터다.

해외토픽이나 문화면에 나온 신기한 물건들이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래서 쓰레기통에 버려지던 양주병을 주워모았고 고물상에 널려있던 옛날
전화기도 그저 재미로 사들였다.

일요일이면 청계8가와 황학동 벼룩시장을 뒤지느라 세월가는줄 몰랐다.

또 남한강일대를 누비면서 수석을 찾아 헤매곤 했다.

"술 담배가 과하신 분,그 밖에 생활의 리듬을 잃어 뭔가 할 일을 찾으시는
분들은 수집을 하면 좋습니다"

그는 술먹을 시간이 있으면 수집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레 술을
끊었다고 밝히고 취미를 함께하는 멤버중 담배와 도박 등을 끊은 사람들이
많다고 귀뜸한다.

그는 오는 24일 밤 11시50분 원더플라이프에 출연해 자신이 수집광이 된
이유와 수집에 얽힌 애환등을 털어놓을 예정이다.

"신문스크랩은 신문사에 기증하고 다른 수집품들은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공목적의 공간이 제공된다면 언제든 기증하겠다"면서 그는 활짝
웃었다.

< 채자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