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 특혜대출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지켜본 시민들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며 기대에 못미친 검찰 발표내용에 대해 크게 허탈해했다.

시민들은 "깃털에 가린 몸체"가 있는지에 대해 속시원한 해답이 없어
여전히 의혹만 남았다며 "이 사건은 아마도 다음 정권에서 다시 수사해야 할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이날 수사결과를 발표한 검찰은 김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에 대한
고소인 조사가 남아있긴 하지만 수사가 일단락된다는 생각에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검찰의 이날 발표에 대해 시민들은 용두사미로 끝내려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정연씨(31.서울 방배동)는 "검찰 발표는 마치 통과의례처럼 느껴졌다"며
"이처럼 의혹만 남긴채 수사를 종결한다면 앞으로 정부가 하는 일은 어떤
것도 믿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미숙씨(22.경기도 파주)는 "5조원이 넘는 돈이 수년간 특혜대출된
사건을 이처럼 빠른 시일안에 수사종결한다는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검찰이 처음부터 핵심은 피하려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발표에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역시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본의아니게 "눈총"을 받고 있는 금융계
종사자들도 이날 발표내용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

한 은행직원은 "대출청탁을 거부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었는데도 정치인
몇명과 은행장들을 구속하는데서 끝냄으로써 은행이 마치 힘있는 사람들의
사금고인 것처럼 오해를 받게 됐다"고 허탈해 했다.

또 다른 직원은 "금융권에서는 국회의원 몇명과 은행장들 판단으로
수조원이 대출됐다고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대출외압의 실체를 정확히 규명하지 않으면 더 큰 망신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결과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이 세번째 부인과 이혼하면서
40억원의 이혼 위자료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

또 부동산구입에 78억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수사종결단계에서 짜맞추기수사 축소수사라는 비판이 일자
공소장과 발표문작성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는 후문.

최병국 중수부장과 이정수 수사기획관 등 수뇌부는 새벽까지 발표문
작성에 매달린 탓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

검찰은 특히 이번 사건의 주역격인 홍인길의원이 받은 액수와 대출 외압
과정에서 역할과 비자금 항목 등을 어떻게 분류할 지에 대해 크게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숱한 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화제를 모았다.

특히 홍인길의원이 "나는 바람에 날라가는 깃털"이라고 말하자 그렇다면
몸체는 어디에 있느냐는 "깃털과 몸체" 공방이 연일 계속됐다.

이와 함께 과연 "떡값"의 성격을 두고 논쟁이 일자 최중수 부장은 "육법
전서 어디에도 떡값이라는 말은 없다"고 떡값의 개념을 정리했다.

최중수부장은 또 검찰의 수사를 놓고 야권의 비난이 거세게 일자
"나부끼는 것이 깃발이냐 바람이냐고 물으니, 그것은 마음이더라"라는
선문답을 하기도 했으며 "입이 저자같으면 상다리가 부러진다"는 경상도
속담을 인용해 앞서가는 언론보도에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 조주현.한우덕.이심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