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서민들과 예술인들의 사랑방 노릇을 하던 "다방"이란 이름이
공식적으로 사라진다.

다방업중앙회가 단체명을 "휴게실업중앙회"로 바꾸기로 하고 보건복지부에
정관변경을 신청한 것.

이에따라 다음달부터는 중앙회와 전국지회의 간판과 공문서에 휴게실로
표기된다.

다방업중앙회가 "다방"이라는 간판을 스스로 내리기로 한 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기 위한 자구책.

70년대 말부터 카페 레스토랑 등 경쟁업종이 증가한데다 자동판매기의
등장으로 손님이 갈수록 줄어든게 큰 이유다.

또 출장 매춘 등을 일삼는 티켓다방들이 지방을 중심으로 생겨나면서
예술인들이 모여앉아 토론을 벌이던 고상한 장소라는 명예도 사라졌다.

다방업중앙회 황보상규 회장은 "식품위생법 개정으로 다방업과 제과점업이
휴게음식점으로 통합돼 다방에서도 과자나 빵뿐 아니라 햄버거 등도 팔 수
있게 됐다"며 "휴게실로 이름을 바꿀 경우 다방들이 음악감상이나 간이음식
판매 등으로 영업방식을 전문화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별업소는 다방이라는 이름을 그냥 사용할 수 있지만 단체이름을
휴게실로 바꿔 분위기를 쇄신시키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다방은 해방전부터 국내에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해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해왔다.

돈없는 예술인들의 토론장소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활용됐으며
서민들이 부담없이 사람을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특히 60~70년대에는 젊은이들이 청바지를 입고 음악을 듣는 장소로 이용해
대학가를 중심으로 크게 번창해 청바지와 통키타 문화를 창출한 곳으로
꼽히기도 한다.

92년 4만5천개소에 이르던 마담과 레지로 상징되는 이같은 전통적 다방은
그후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해 현재는 2만여개만 남아있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