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의 조카인 이한영씨(37)가 괴한들이 쏜 권총에
피격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시민들은 16일 "북한의 테러가 분명하다"면서
"노동계 파업, 한보사태, 황장엽 망명 등으로 조용한 날이 없는데 이사건
까지 터져 충격스럽다"고 경악과 함께 극도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또 "이씨가 간첩의 소행이라고 말했듯이 김정일이 황장엽
노동당 국제담당비서의 망명을 저지하기 위해 악랄한 위협수단까지
동원한 것 같다"며 "국가 안보태세가 너무 허술한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지난 93년 귀순한 고청송씨(37)는 "확실하게 북한측 소행이라고 생각한다.

귀순자중 한 사람이 이렇게 당해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남한 사람들이 북한의 위협에 대해 소홀히 대처하는 바람에 남한내에서
활동하는 간첩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나름대로 상황을 분석했다.

95년 귀순한 김광일씨(38)는 "북한은 무슨 짓이라도 할수 있는 집단이다.

우리 국민의 철저한 안보의식과 정부의 안보태세 확립이 중요한 때"라고
꼬집었다.

같은해 귀순한 윤웅씨(31)는 "이씨 귀순은 북한의 최고권력자의 치부를
드러낸 사건으로 어떤 면에서 보면 황비서 망명보다 북한에 더 아픈
구석이 있을것"이라며 "그동안 북한은 귀순자들에 대해 직접적인 테러 등을
감행하지 않았는데 황비서망명에 따른 북한 내부의 동요를 막기위해 마지막
방법까지 동원한것 같다"며 귀순자들에 대한 신변안전책강구를 촉구했다.

동국대 강성윤 북한학과 교수(53)는 "각종 테러를 자행해온 전력으로
미루어 이사건은 북한측의 소행으로 추정된다"며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는 북한이 황비서 망명에 대한 앙갚음으로
국내외에서 항공기납치등 각종 테러를 자행할 여지가 여전히 높다"고
우려했다.

회사원 송태영씨 (42.서울 강남구 삼성동)는 "권총으로 피격되는
사건은 아주 드문 일인데 이같은 사태가 생겼다는 것은 그만큼 치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요인암살 등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대학생 심윤수군(23)도 "간첩의 짓이라는 점에서 전율을 느낀다"고
말하고 "남한에서 암약중인 간첩이 5만명에 이른다고 밝힌 황비서의
지적이 현실로 나타난 것 같아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군과 경찰등은 이날부터 비상경계령을 발동하고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과 불편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경찰은 추가 테러위협에 대비,역과 버스터미널 공항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경찰인력을 집중배치해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각 경찰관서
5분대기조에 출동대기태세를 발령,비상사태에 즉시 대처할 수 있도록
지침을 시달했다.

서정화 내무부장관은 이날 경찰청상황실을 방문,수사역량을 총동원해
범인을 조기 검거토록 하라고 지시했다.

< 김희영.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