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기술을 대기업에 빼앗기고 부도위기에 몰렸던 중소기업이 한 젊은
검사의 노력으로 다시 살아났다.

서울지검 동부지청 형사4부 이광수검사(34)가 그 주인공.

이검사는 지난해 12월 스포츠용품 제조업체인 웨이브엑스가 의장법위반으로
한일신소재를 형사고발한 사건을 맡고 기가막혔다.

웨이브엑스는 지난 95년 진동이 흡수되는 테니스라켓인 웨이브라켓을
개발해 미국 일본 중국 등에 특허권과 실용신안등록을 모두 마쳤다.

공이 라켓에 맞으면서 손목과 팔꿈치에 가해지는 충격을 90%이상 줄이도록
고안된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웨이브엑스는 그러나 자금력과 마켓팅의 한계 때문에 국내시장은 한일
라렛으로 잘 알려진 한일신소재측에 원생산가격의 5%의 기술사용료를 지급
받는 조건으로 특허권을 이용토록 했다.

물론 브랜드는 한일상표브랜드를 이용하는 조건이었다.

한일측은 그러나 단 2개월 동안만 기술사용료를 지급했다.

또 저가생산을 하지않도록 한 계약을 어기고 개당 5만원짜리 라켓을
2만5천원의 헐값에 판매했다.

연간 매출액이 20억여원인 웨이브엑스가 2년동안 6억여원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을 월등한 자금력과 시장장악력을 이용해 고사시키려는 계획이었다.

이어 웨이브엑스는 계약체결 8개월후 한일측을 의장법위반으로 고발했다.

한일측은 그러나 경찰출두를 미루며 수개월동안 버티기 작전을 폈다.

고의적인 불출석이 한계에 이르자 사건을 회사대표자의 주소관할지인
강남경찰서로 옮길 것을 요구하는 작전을 벌였다.

사건이 강남서로 넘어오자 다시 본사가 있는 동부경찰서로 이관할 것을
요청했다.

이렇게 핑퐁식 수사지연작전으로 사건은 방치된 채 1년여의 기간이
지나가버렸다.

국내자금줄이 막힌 웨이브엑스는 매월 돌아오는 어음을 처리하는데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시장은 이미 한일측이 덤핑판매해버린 제품이 장악해버렸다.

지난해 12월 서울 동부경찰서로부터 송치받은 이검사는 이 사건이 "월등한
자금력을 이용한 중소기업 고사작전의 전형적인 유형"임을 간파하고 사건을
맡은지 한달도 안 돼 관련자 소환조사를 마치고 한일공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한일측이 고의적으로 사건을 지연시킨 혐의가 뚜렷하고 특허사건의 경우
증거물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피의자가 해외로 도주할 우려가 있는 만큼 출국금지 신청도 같이 했다.

장기방치되던 사건이 의외로 빨리 처리되자 한일측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기소직전에 가서야 한일측은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고 웨이브엑스측에
합의해줄 것을 사정했다.

웨이브엑스는 검찰이 압수한 제품을 전량 폐기처분하고 재산상의 손해
배상과 함께 관련 전문지에 사과문을 게재한다는 조건으로 고소를 취하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 공소권없음 결정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검사는 "이 사건은 불출석과 형사고발사건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특허권
분쟁을 빌미로 장기간 버틸 경우 자금줄이 막힌 중소기업이 버텨내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한 악의적인 범죄사건"이라고 밝혔다.

웨이브사 유석호사장은 "기술개발을 통한 선의의 경쟁이 이뤄지는 기업
문화가 아쉽다"며 "특히 조그만 회사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없앨 수
있다는 대기업의 의식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 이심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