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 파업사태와 관련, 13일 노동부와 공보처 명의로 일간지 1면에
실은 홍보광고를 읽어보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라는 속담과 함께
"아전인수"라는 생각이 겹쳐 떠오른다.

정부는 "전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는 제목의 광고를 통해 파업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비난하는 한편 외국의 유수 언론들이 한결같이 한국
정부를 편드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광고문안을 작성한 정부 당국자들의 눈에는 외국언론들의 논조가 그렇게
비쳐졌는지 모르지만 이번 사태를 보도한 외국 신문기사를 조금만 찬찬이
읽어보면 관련기사를 거두절미하고 오로지 정부 입맛에 맞는 일부 내용만
골라실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지난 1월9일자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짜이퉁의 관련 기사중
"(한국의) 노조는 경제가 곤경을 겪고 있는데도 과거의 권리에 집착하고
있다.

이런 투쟁은 퇴보적인 것이며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내용만 앞뒤 다
잘라내고 광고에다 인용하고 있는데 만약 이 기사를 쓴 기자가 본다면
실소를 금치못할 것이다.

이 기사는 앞의 지적과 함께 "문제의 노동법안이 당초엔 노사 양측의
이익과 희생을 적절히 배분하는 내용이었으나 여당의원들에 의해 통과된
내용은 노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하고 "이것은
타협이라고 볼 수 없다"고 꼬집고 있다.

설사 정부의 주장이 백번 옳다고 치더라도 이런 내용의 광고를 하필 이때
싣기로한 시점 선택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여당 일각에서도 법안통과수법(날치기)에 무리가 있었다는 뒤늦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지금은 누가 옮고그름을 떠나서 우선 이해관계자들
간에 대화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쪽으로 여론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판국에 파업의 부당성만 일방적으로 부각시키는 광고로 국민을 설득
시키고 강성노조를 기죽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정부의 홍보감각에 문제가
있다.

"전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는 이 광고의 헤드라인은 시대착오
적인 발상에 머물고 있는 정부당국자들에게 거꾸로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이동우 < 국제1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