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술에 취한 채 뇌출혈로 길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단순 취객으로
판단, 방치해 숨졌다면 국가가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7부(재판장 서상홍부장판사)는 11일 술을 마신후
귀가길에 쓰러졌다가 방범초소에서 숨진 유모씨(경기 부천시 소사구 송내동)
유족들이 국가를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같이 밝히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찰이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유씨를 단순히 술에
취해 잠든 것으로 판단, 방범초소에 후송한 뒤 아무런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한 점은 직무상 과실로 인정된다"며 "국가는 원고들에게 4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의 경우 경찰관이 보호자가 없는 병자나 부상자를
발견했을 경우 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한 직무집행법을 간과한
점이 명백한 만큼 국가가 배상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유씨의 유족들은 유씨가 지난 94년 9월 동료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귀가
하다 뇌출혈로 도로변에 쓰러져 있다 방범대원들에게 발견돼 경찰에 인도
됐으나 취객으로 오인한 경찰이 방범초소에 그대로 방치하는 바람에 숨지자
소송을 냈다.

< 이심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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