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상 법인 형태를 갖추고 있더라도 개인 기업형태로 운영됐다면
법인과 개인을 동일인으로 인정, 경영주 개인의 재산으로 근로자의
체불노임을 우선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제15민사부 (재판장 이선우 부장판사)는 29일 국민은행이
"부도난 (주)일신기계 경영주의 개인재산을 근로자의 체불임금에 우선
변제토록 한 경매법원의 배당결정은 부당하다"며 낸 배당이의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이는 법인형태로 운영됐더라도 실질적으로 개인회사형태로 운영됐다면
법인의 채무에 대해 개인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이례적인 판결로 회사가
망하고도 살아남는 악덕기업주의 횡포에 제동을 건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신기계가 법인화되는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부서
이동없이 자리를 옮긴 점 등에 비춰 법인의 실체는 개인 회사와 동일한
1인회사로 볼수있는 만큼 법인과 경영주를 동일인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경매된 경영주 개인의 부동산이 은행에 근저당 설정돼
있었으나 이 재산은 법인의 재산과 동일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근로자의
체불임금을 우선 지급하는데 사용돼야한다"고 덧붙였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