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마지막 황세손 이구씨(65)가 고국에서 살기위해 25일 영구
귀국했다.

이씨 이날 도착직후 종묘를 찾아 조상의 신위에 참배한뒤 종친회 주최의
환영회에 참석하는 등 바쁜 한국생활에 들어갔다.

이씨 종친회인 대동종약원(이사장 이환의)의 요청에 의해 일본에서 영구
귀국한 이씨는 앞으로 종친회 총재직을 맡을 계획이다.

이씨는 김포공항 귀빈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영구 귀국은
부친 영친왕(이은)이 1907년 일본에 인질로 끌려간후 계속돼온 한일
양국간 통한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31년 일본에서 고종의 일곱째 아들인 영친왕과 이방자여사
(일본왕족 나시모토의 맏딸)의 둘째아들로 태어나 곧바로 세자에 책봉됐으나
조선조의 운명과 궤를 같이해 고국을 떠나 일본에서 "미완의 황세자"로
살아왔다.

고교재학중인 14세때 광복을 맞은 그는 일본주둔 맥아더사령부의
주선으로도미, MIT대를 졸업하고 고국행을 추진했으나 이승만전대통령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63년 박정희 전대통령의 배려로 미국인 부인 줄리아 여사와
함께 귀국해 창덕궁 낙선재에서 기거했으나 운영중이던 회사가 부도나자
79년6월 일본으로 출국했다.

그는 일본에 체류하는 동안 부인과 이혼(82년), 어머니 이방자여사의
사망(89년), 일본 여인과의 동거 등 파란을 겪었다.

지난 84년에는 사기혐의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이씨는 "매년 5월 첫번째 일요일 종묘대제에서 첫진을 올리는 초헌관으로
활동하겠다"며 "유네스코의 협조를 얻어 종묘를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알리는데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 남궁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