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공단 1단지에 위치한 동국종합전자.

이회사는 자동차용 카스테레오 소형칼라TV 유선방송 컨버터 팩시밀리
스캐너 등 틈새시장을 겨냥한 전자제품 생산업체로 지난77년 섬유업체인
동국무역이 업종 다각화차원에서 계열사로 설립됐다.

그러나 이회사는 설립이후 줄곧 경영난에 허덕였으며 80년 후반에는
그룹에서 "미운오리새끼"로 찍혀 여러차례 경영진이 바뀌는 수난을
겪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87년 노조가 설립된후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자
회사측은 "노조가 요구만 하면 모두다 줘버리는 식"으로 노사협의에
임했다.

그결과 경영악화에도 불구하고 인사.징계권까지 노사가 합의토록
하고 전국에서 가장 높은 퇴직금 누진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경영은 갈수록 악화돼 94년 누적적자가 50억원에 이르는
등 문제기업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새로 부임한 문승호사장은 이같은 회사의 분위기로는 회사의
존립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각종 방안을 추진했다.

우선 인사.징계위원회를 포함한 회사의 경영권에 노조 참여를 배제할
수 있도록 노사합의사항을 개정할 것을 노조측에 요구했다.

노조는 이것이 노조원들의 권리를 빼앗으려는 불순한 의도를 담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이때문에 이회사는 지난해 임단협때 1개월간의
전면파업을 포함해 8개월에 걸쳐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었다.

이과정에서 노사양측은 대립관계가 지속될 경우 공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절감하기 시작했고 결국 노사는 한발짝씩 양보해 협력과
참여를 바탕으로한 생산적노사관계를 통해 회사의 경영정상화에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노조측은 문제조항중 회사측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였고 회사도
단협과 관련된 조항은 서로의 신뢰와 합의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개선키로 했다.

문사장은 이후 회사의 초석을 다시 놓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새출발을
선언하고 노사화합을 위한 각종 대책을 추진하고 나섰다.

우선 노사협의회를 활성화해 노조와의 공식, 비공식접촉기회를
확대하고 작업복의 디자인선택 등 조그마한 일에서부터 노조의
의견을 수렴했다.

경영의 악화로 복리후생 측면을 거의 신경쓸 수 없었던 점을 감안해
우선 적은 예산으로 개선이 가능한 식당의 부식, 기숙사 난방 등 부대
시설의 손질에 착수했다.

작업환경개선을 위해 각종 안전시설 보강에 착수했으며 농구 배드민턴
족구 등 각종 체육시설과 휴게실의 공사에도 착수했다.

노조도 그동안의 불신의 늪에서 벗어나 회사측이 벌이는 사업에 적극
동조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이같은 분위기가 더욱 확산되면서 지난5월 임.단협 체결시에는
노사가 서로 먼저 실천하고 최고품질을 달성하자는 내용의 노사화합
선언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노조측도 구호적이고 일시적인 노동운동이 회사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공정관리 자재수급 등 각방면의 실질
적인 개선에 나서 올해중 6-10%이상의 생산성을 높일 것을 선언했다.

이를위해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모든 문제점을 노출시켜 병을
고치자는데 회사측과 합의했다.

노조간부들은 또 출장시 하청업체의 반제품과 각과별 문제점을
파악하고 잔업특근을 유도하며 고객인 자동차회사 등에 제품홍보까지
나서는 등 의욕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5월부터는 노조 주도로 전국을 대상으로 A/S를 실시하는 등
품질파악과 거래선의 동향 등에 대한 조사도 실시했다.

신송근 노조위원장은 "이제 우리회사에는 대립과 반목의 노사관계가
말끔히 청산됐다"며 "품질개선 생산성향상 등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와
사 모두가 서로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협력분위기에 힘입어 이회사의 누적적자도 지난해에는 29억원
으로 크게 줄어드는 등 경영이 호전되고 있다.

회사측은 올해의 매출액이 지난해 3백62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4백억
원에 달해 경영수지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 구미 = 신경원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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