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 초입의 원주공단내에 위치한 한일전기.

지난 64년 서울 염창동에서 창업한 이회사는 지난 74년 원주로 이전한
이래 냉난방기기, 모터류 등을 생산해 오며 지역내 중견향토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일전기노사는 평소의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생산성과
근로자복지수준을 꾸준히 높여가는 회사로 알려져있다.

특히 다른 사업장에 비해 노사양측의 위기관리능력이 상당히 탁월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회사는 지난 92년부터 시작된 동남아 전기제품의 저가공세와 고임금,
과다한 물류비용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한때 상당한 위기에
봉착했었다.

회사측은 당시 자동화설비의 도입을 구상했으나 막대한 자금소요로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방법은 생산성향상밖에 없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사의 공동노력은 뜻밖에도 어느 컨설팅회사가
보내온 한장의 안내문에서 시작됐다.

안내문에는 설비투자 없이 30%의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한가닥 희망을 잡는 심정으로 김길웅대표와 장석웅 전노조위원장
두사람은 직접 서울에서 4일동안 교육을 받았다.

당초 두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었다.

그러나 설비의 효율적인 배치등을 통해 근로자의 작업속도를 향상시키
현장개선 과정에 관심을 느낀 두사람은 당장 회사라인에 적용할 것을
합의했다.

이과정에서 노사대표인 두사람이 전직원을 설득하는데 앞장섰음은
물론이다.

마침내 렌지후드 생산라인에 이방식이 도입돼 한달간의 근로자교육이
실시됐다.

교육을 마친후 바로 개선작업에 착수, 근로자의 작업동선 가까운 곳에
부품박스를 합리적으로 배치했다.

기계설비도 쉽게 가동할 수 있도록 배치를 바꿨다.

그결과 40m나 되던 라인의 길이를 30m로 줄일 수 있었다.

또 오후가 되면 근로자들이 피로에 지치는 현상이 사라지면서 그해말
렌지후드 생산라인에서 30%의 생산성 향상효과가 나타났다.

다음해부터는 이방식의 도입이 가속화돼 환풍기 생산라인을 시작으로
선풍기, 믹서, 석유스토브 등 다른라인에도 속속 도입됐고 예외없이 30%
전후의 생산성 향상효과를 거뒀다.

"고정관념을 깨자"는 캐치프레이즈로 시작된 이 운동의 효과에 고무된
노사는 아예 공장합리화 추진본부를 설치하고 개선계획 수립, 사원교육
등을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등 전사적인 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갔다.

김대표는 "한일전기가 물류비용이 높은 지방기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운동의 효과에 힘입은 바 크다"고 밝히고 "노조의 적극적인
동참이 없었으면 성과를 거둘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태율 현노조위원장도 "노조지도부의 확신과 적극적인 참여의식이
근로자들의 거부감을 누그러 뜨릴 수 있었고 요즘은 근로자들이 앞장서
개선제안을 할 정도로 완전히 정착됐다"고 소개한다.

한일전기 노사는 이밖에도 20여년전부터 개선제안제도의 하나인
GPC제를 운영하고 있다.

전사원이 한달에 한번씩 개선제안을 써내도록 하고 있다.

요즘은 한달에 6백여건의 제안이 쏟아지고 있는데다 10여건씩 채택이
돼 생산성 향상에 일조를 하고 있다.

김대표는 "제안의 효과도 중시하지만 근로자들이 한달에 한번이라도
연구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연구하는
근로자상을 강조한다.

한일전기는 매년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노사화합 행사를 자주 갖는다.

올해엔 지난 3월 "경기연착륙을 위한 노사화합 결의대회"를 갖기도
했다.

"양심적인 기업 한일전기".

한일전기는 부침이 심한 기업세계에서 노사화합에 바탕한 생산성
향상 노력에 힘입어 이같은 회사모토를 지켜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