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용강공단에서 자동차용 헤드램프와 범퍼 등을 생산하고있는
아폴로산업은 요즘 창립이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분위기에
들떠 있다.

그동안 대립과 반목의 노사관계가 지속되면서 생산차질을 빚는등
어려움을 겪어온 이회사 노사가 생산적관계를 모색하면서 활기찬 모습
으로 변모하고 있기때문이다.

이회사는 지난 89년 이후 계속된 노사간 대립관계로 심한 몸살을
앓아왔고 93년에는 13일간 전면파업으로 공권력이 투입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이 회사의 장기간 파업은 부품납품업체인 현대자동차의 조업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만들었고 그 결과 노사양측 모두는 비싼 대가를 치뤄야만
했다.

회사이미지가 실추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모회사인 현대자동차가
만성적인 노사분규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부품공급선을 이원화해버린
것이다.

이후 계속적인 생산량증대에도 경영수지는 악화됐다.

급기야 비교적 이익이 많이 남던 휠커버등 일부제품의 매출액이 3분의
1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같은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조합원들 사이에 강경일변도의 투쟁이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회사측도 예전과는 달리 화합분위기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 94년부터 사원가족 초청 체육대회와 회사견학 부인초청 교양강좌
등을 개최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노조대표를 자회사 설립등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시키고
심지어 이사회에 참석시켜 의견을 개진토록 했다.

지난해에는 마을금고를 설립한데이어 주택조합도 결성, 올해 1백세대의
사원주택사업에 착수키로 했다.

경영이념을 담은 사시와 사가를 사원공모를 통해 제정해 근로자들의
주인의식을 높였고 올해부터는 근로자의 해욍녀수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김소유 사장은 직원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지난 93년 취임이후 15쌍의
직원결혼에 주례를 서기도 했다.

조합원들의 인식변화와 회사측의 노력으로 노사관계는 몰라보게 달라
졌다.

지난해에는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했고 9월에는 온건합리주의노선을
표방한 현집행부가 탄생했다.

이런 화합의 흐름은 작업장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만들었다.

지난해 12월말 현대자동차가 추진하는 불량률 100ppm을 달성했고 최근
ISO9002의 획득을 위한 발대식을 가졌다.

오는 10월이면 ISO인증 획득도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계속 적자를 보여온 헤드램프부문은 경쟁력강화를 위해 자동화율을
크게 높였고 경영합리화를 위해 인원의 절반을 줄여 자회사로 보냈다.

그결과 한때 1천2백여명에 이르던 직원을 7백80명선으로 줄였다.

지난3월14일에는 노사가 기업의 생산성향상에 더욱 매진할 것을 다짐하는
노사화합결의대회도 가졌다.

이제 노사간 갈등을 완전히 청산하고 회사발전에만 전념하자는 "약속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김사장은 "무한경쟁시대의 기업은 노사가 합심해 생산성향상으로 좋은
제품을 염가에 제공하고 그에 따른 이윤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해 1천5백억원 수준인 매출액을 오는 2천년까지 3천억원이상
으로 끌어올리고 기업도 공개하며 동종업계에서는 세계 10대회사로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다.

박운노 노조위원장도 노조의 새로운 노선에 대해 일부 조합원이
어용시비를 제기하고 나선 것과 관련, "어용노조와 협조적노조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민주노조가 투쟁만을 일삼는다면 조합원들은 누구를 믿고
따르겠느냐"며 "협조적관계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만큼 앞으로도
조합원의 뜻을 따라 실리위주의 노동운동을 펼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경주 = 신경원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