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관계법 개정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그동안 쟁점이 되어온 복수
노조허용, 변형근로시간제 도입 등에 대한 노사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
되고 있다.

노동계는 근로자의 기본권보장과 근로조건개선쪽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국가경쟁력강화와 기업의 생산성향상을 위해
사용자의 권한을 강화시키고 근로자의 과보호조항을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노동관계법개정방향과 관련,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쟁점
사항별로 양측의 입장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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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봉 < 노총 중앙연구원장 >

우리 나라 근로기준법 제42조1항은 "근로시간은 1일에 8시간, 1주일에
44시간을 초과할수 없다.

다만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하여 1주일에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변형근로시간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변형근로시간제란 일정한 기간(예를 들면 1주일 혹은 1개월)을 정하여
일당 또는 주당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변경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가령 1주일 단위로 변형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 경우 월요일에는
4시간, 화요일에는 12시간 근로하더라도 화요일의 초과근로 4시간에
대해서는 할증임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변형근로시간제는 1980년 군사정권에 의해 도입되었다가 사용자에
의하여 남용될 위험이 크고, 노동자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칠 염려가
있다고 해서 1987년에 근로기준법에서 삭제된 바있다.

현재 변형근로시간제를 다시 도입할 경우 문제의 초점은 1)폐지 당시 지적
되었던 문제점이 이제는 없어졌는가 2)변형근로시간제로 인해 얻어질 수
있는 국민경제적 이익은 과연 무엇인가이다.

첫째 현재 우리나라의 실제 평균 근로시간은 주당 48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
44시간보다 4시간이나 많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시간 하에서 변형근로시간을 허용한다면 노동자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쳐 생산성을 오히려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변형근로시간제를 도입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도입하지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들 나라에서는 대부분 실제근로시간이 법정근로시간보다 작기
때문에 변형근로시간제에 따른 할증임금 지급시비나 노동자의 건강훼손문제
가 거의 발생되지 않고 있음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둘째 변형근로시간제가 도입되더라도 실제 활용여부는 노동조합 혹은
근로자의 동의에 달려 있게 된다.

따라서 현재 강력한 노동조합의 보호하에 있는 대기업에서는 거의 활용될
여지기 없는 반면, 영세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중소기업의 근로조건과 임금을 저하시키는 결과가 될 터인데 해당
기업주로서는 당장은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어 이익이 되겠지만 중장기적
으로는 인력부족에 봉착하게 될 것이고 임금은 다시 상승하게 될 것이다.

즉 제도가 변화하면 현장임금도 변화하기 때문에 국민경제적 실익은 물론
사용자의 실익도 없어진다.

건설업 일용직의 경우 변형근로시간제라는 제도가 없어도 일하는 날의
임금이 충분히 높아 일하지 않는 날의 무임금을 보상하고 있는 시장논리가
관철되고 있음을 이해한다면 변형근로시간제라는 어느 한 제도의 도입으로
시장임금을 낮출수 있다는 발상이 얼마나 단견인가를 금방 깨울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강조하면 제도를 변화시켜 실질임금을 낮출수 있는 수단은 자유경쟁
시장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