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무관심과 편견을 이겨내 정상인도 쉽게 엄두를 내지못하는
제조업체사장의 꿈을 이룬 시각장애인이 있어 잔잔한 화제가 되고있다.

전북 완주군 소양면 신원리 운장산 자락에 자리잡은 (주)새물의
김원경사장(47)이 그 주인공. "보석수"브랜드의 먹는 샘물(생수)메어커의
오너사장이다.

새물은 아직 당국의 정식 허가를 받지못했으나 이미 환경영향평가를
통과, 허가획득과 함께 본격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김사장에겐 올 4월이 평생 잊을수 없는 달로 각인되게됐다.

20일 열렸던 제16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여받은데 이어 27일에는 대망의 공장 준공식을 가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김사장의 오늘에는 인내와 절약 그리고 함께 나누는 사랑이 베어있다.

전남 순천 출신의 그는 녹내장으로 순천북중을 졸업한지 얼마안돼
실명하고 말았다.

후천적인 장애를 입었기에 실망은 더욱 클수 밖에 없다.

김사장은 그러나 자살의충동을 자신보다도 더 어려운 처지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하며 억제해 나갔다.

광주 맹인학교를 다닌 그는 여느 시각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침술 지압
안마 등을 생계수단으로 이용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절약으로 부를 축적해 나간 점.

그는 돈이 모이면 땅을 사 모았다.

공장이 들어선 운장산 자락의 임야 2만여평도 이렇게 구입한 것이다.

김사장은 여럿곳에 "상당량"의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김사장은 이렇게 모은 돈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푸는
일에 쓴다.

그걸 즐거워한다.

장애인이란 점때문에 스스로 외톨이를 자처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어울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가 장애인 관련단체 일에 적극 적인 것도 그때문이다.

그는 75년 안마사협회를 설립했는가하면 한국맹인복지연합회서도
이사직을 맡고있다.

그가 처음부터 제조업체사장이 되려 한 것은 아니었다.

"봉사활동"이 씨앗이 됐다.

84년 전주에서 "자양장애인복지원"이라는 재활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물이 잘 나오지않아 신원리에 사두었던 땅에서 생활용수 수맥을 찾았다.

그런데 여기서 각종 미네럴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된 양질의 물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창업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93년에야 주식회사 간판을 달수있었던 것이 이를 반증한다.

사업구상 및 계획서의 작성, 인.허가 등 모든 과정이 앞이 보이지않은
그로선 역경이었던 것.

예나 지금이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데 제일 중요한 것은 사실
담보이다.

그러나 담보가 있어도 그에겐 쉽사리 신용을 주지않았다.

장애인이란 이유에서이다.

"인내를 갖고 하나하나 부딛쳐 나갔다"는 김사장의 말엔 많은 것이
담겨 있을 것이다.

이렇게 어렵사리 닿을 올린 새물엔 종업원 40명중 절반이 지체장애자와
농아로 구성돼있다.

공장라인도 이들이 휠체어를 타고 다닐수있도록 특별히 고안돼있다.

"장애인의" "장애인에 의한" "장애인을 위한" 공장인 셈이다.

김사장은 장애인고용에 대해 "능률은 떨어져도 정성이 베어있어 품질
만을 자신한다"고 말한다.

그는 새물을 세계적인 생수회사로 키워 거기서 생기는 이윤으로
장애인복지타운을 세우는 꿈을 갖고있다.

< 남궁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