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합리화 일환으로 노사합의하에 이뤄진 해고조치라도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하지 않았다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회사들이 경영합리화를 내세워 인사고과 평점이
낮은 직원을 우선적으로 해고하는 ''정리해고''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첫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서울지법 민사합의42부(재판장 김의열 부장판사)는 5일 전수철씨(충남
천안군 목천면) 등 7명이 독립기념관을 상대로 낸 ''해고무교확인'' 소송에서
"피고의 정리해고는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복직할때까지 미지급된
임금 2억3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리해고는 사용자측의 경영상 필요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므로 근로자의 근무성적 업무능력 등은 부차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고는 근로자의 사회적 위치를 고려해 사회적 보호를 덜 필요로
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근로자의 연령이 낮은 사람,
부양가족이 없는 사람, 재산이 많거나 건강이 양호한 사람 등이 우선적
해고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에따라 "근로자 각자의 주관적 사정을 도외시한채 회사측
사정만 고려한 해고조치는 노사합의로 이뤄졌다 해도 무효"라고 판시했다.

전씨 등은 지난 94년 9월 독립기념관측이 관람객 감소로 조직을 축소하고
인원을 감축한다는 이유로 자신들을 해고조치하자 소송을 냈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