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7년 경찰관들로부터 물고문을 당해 숨진 고박종철군의 유족들에
게 국가와 고문경찰관들이 함께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대법원의 확정판
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안용득대법관)는 4일 박군의 아버지 박정기씨(서
울마포구 염리동)등 유족들이 국가와 강민창전치안본부장등 당시 경찰수
뇌부및 고문경관등 10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피
고들은 공동으로 유족들에게 1억7천5백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판결
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들이 박군의 고문치사사실을 은폐하거나 고
문치사에 가담한 범인이 2명의 경관에 불과한 것처럼 축소하려 한 사실
이 인정된다"며 "피고들의 진상은폐행위로 인해 원고인 유족들의 인격적
법익이 침해된 만큼 피고들은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신원권"(가족구성원이 억울하게 죽었을 때 유족들이
그진상을 밝혀내고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과 관련해서는 "원심
이 이사건에 신원권을 적용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