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복지기획단이 내놓은 "삶의 질 세계화를 위한 국민복지의
기본구상안"은 한국판 비버리지보고서라 할만하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보장제도의 확립과 저소득층의 최저생활
보장을 골격으로 하는 이 기본구상안이 제2차 세계대전중인 1942년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국가의 모델을 마련한 영국의 비버리지보고서
와 비슷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어서이다.

특히 지난 정기국회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마찬가지로 사회보장
주요정책도 매 5년마다 장기발전방향을 추진해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회보장기본법이 제정된 점을 볼때 이번 구상이 구두선에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구상은 지난 3월 김영삼대통령이 세계화를 선언한뒤 5월 출범한
국민복지기획단이 만들어 낸 "작품"이란 점에서 범정부 차원의 무게중심이
실려있다는 분석이다.

청사진의 골격중 하나인 사회보장제도의 확립방안은 의료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등의 대상을 확대하고 전국민연금의 조기정착을 강조하고있다.

또 최저생활보장대책은 최저생계비의 완전보장과 의료및 교육보호의
내실화를 제시하고 있다.

장애인 노인 등을 위한 사회복지서비스의 확충도 함께 담고있다.

한마디로 21세기 한국인의 "기본 삶"을 제도적으로 제시하고있는 것.

국민복지기획단은 이 구상안이 제대로 실행되면 현재 국제비교상 세계
32위에 머물고있는 한국인의 삶의 질이 2000년초에는 15위, 2010년에는
11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엄청난 "아이디어"를 담고있는 이번 안은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의지에 따라 성적표가 매겨질 전망이다.

국민복지기획단이 이구상안의 실현을 위해 2010년까지 복지지출증가율을
일반 재정 증가율보다 1.2배 높게 책정해야한다는 "단서"를 제시한
점에서도 이를 확인할수있다.

복지기획단은 예컨데 지난해 우리나라 사회보장및 복지부문예산이
GNP의 1.9%에 머물고 있고 연금과 의료보험 산재보험등 사회보장분야를
제외한 순수한 복지예산은 GNP대비 0.3%에 그치고있어 기대치의
29%에 불과하다는 자료를 제시하고있다.

따라서 삶의 질을 세계화한다는 이번 청사진을 그대로 실천하기위해선
국민들의 세부담확대나 민간의 참여확대라는 "돈줄"이 필요하다고
결론짓고있다.

기획단은 오는 2010년까지 복지분야 지출증가율을 재정증가율보다
매년 20%이상 높게 책정해야한다는 방안을 제시하고있다.

이를위해 과세대상확대 조세감면제도의 폐지및 준조세의 공조세화 등을
거론했다.

또 기업의 사회복지에 대한 지정기부금의 면세혜택을 소득금액의
7%에서 선진국수준인 20~25%로 상향조정하는등의 민간참여유인책을
마련했다.

이번 구상안중 공적연금제도의 대폭적인 손질과 현행 퇴직금제도의
폐지를 전제한 기업연금제도도입 등은 상당한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겨냥한 장미빛 청사진이란 지적도 있다.

아무튼 기획단은 이 기본구상안에 대한 각계여론을 수렴한 최종안을
마련, 내년 1월 세계화추진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 남궁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