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이 16일 밤 어둡고 긴 겨울속의 서울구치소 안으로
들어갔다.

노전대통령은 전직대통령의 신분에서 피의자의 신분으로 차가운 구치소
감방에서 첫밤을 보냈다.

노전대통령은 지난 15일 재소환이후 약 30시간만인 이날 오후 7시30분께
대검찰청사 본관 1층에 나타나 심경을 정리한듯 담담한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후 경기도 의왕시 포일동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노전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32분께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출발.

노전대통령은 이날 소환당시 연희동 집에서 타고왔던 뉴그랜저 승용차대신
대검찰청 소속 업무용 서울2버442호 프린스승용차 뒷좌석에 수사관 2명과
함께 탑승.

양옆에 2명의 수사관을 태운 호송승용차는 경호승용차 2대를 앞뒤로 세운채
대검청사 정문을 통과한 즉시 우회전, 예술의 전당 방향으로 쏜살같이 질주.

50여대의 취재차량도 일제히 경광등을 켠채 뒤를 쫓는 일대 추격전을 연출.

검찰은 그동안 이건개전대전고검장등 거물급인사들도 모두 중수부2과의
르망승용차를 이용해 호송했으나 이날 프린스를 이용한 이유에 대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차원"이라고 설명.

<>.노전대통령을 태운 프린스 승용차는 호송차량을 앞세운채 26분만인
오후 7시58분께 서울 구치소에 도착.

일부 취재진들이 노전대통령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포토라인을 넘어
노전대통령이 탄 승용차 옆으로 달려가자 구치소 경비교도대 대원 30여명이
승용차를 에워쌌으며 마지막 관문에서 잠시 소란이 일자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으며 승용차는 경비대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굳게 닫힌 철제정문
을 무사히 통과.

<>.이날 노전대통령의 호송차량과 꼬리를 물고 이어진 취재차량의 행렬을
지켜본 연도의 시민들은 잠시 발검음을 멈춘채 역사적 순간을 바라보며
착잡한 심정을 표출.

특히 인덕원네거리에서 서울구치소에 이르는 길옆 인도에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몰려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노전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보는가 하면
일부 시민들은 차량행렬을 뒤따라가며 손가락질.

<>.한국통신 노조원50여명은 이날오후 노전대통령을 태운 차량행렬이
서울구치소 정문을 통과하는 순간 차량을 향해 먹다 남은 빵을 던지며
기습시위.

김명기전복지국장의 출소를 환영하기 위해 구치소 정문에 모여있던 이들은
노전대통령의 호송차량이 모습을 드러내자 "노태우는 도둑놈" "대선자금
공개" "전두환도 구속"등의 구호를 외치며 먹다 남은 빵 10여개를 던져 이에
놀란 노전대통령이 황급히 고개를 숙이기도.

<>.검찰은 이날 오후 1시25분께 서울지법에 노전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

검찰은 최환지검장등의 검토작업을 거친후 곧바로 영장담장 판사인 김정호
서울지법 형사항소6부 판사에게 접수.

오후 1시26분에 대검 중수2과 수사관3명이 하늘색 보따리에 싸 가지고 온
"비자금 관련사건기록"이라는 제목의 내용물은 총1천쪽 분량으로 비자금
사건의 첫발설자 하종욱씨로부터 30대기업인 총수들의 진술기록까지 이번
사건과 관련된 기록들을 모두 첨부.

김판사는 서울지법영장계 오형식주임으로부터 기록을 이송받은후 오후 6시
51분께 영장을 발부.

<>.이에앞서 이정수수사기획관을 비롯 문영호중수2과장과 김진태
검찰연구관은 구속영장 초안을 작성, 이날 아침 9시께 안강민중수부장에게
보고.

구속영장은 16절지 5장분량으로 보통 영장보다 상당히 긴 편으로
노전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문과장이 영장청구검사로 서명날인.

노전대통령의 현주소와 주민등록번호 성명 연령등이 차례로 기재됐으며
직업란에는 "무직(전대통령)"으로 기록.

<>.범죄사실을 기록한 별지 첫머리에는 육군대장 내무부장관 민정당 총재
등 노전대통령이 거쳐왔던 여러 관록들을 나열.

검찰은 구속영장에 별지로 첨두된 구속필요사유의 끝부분에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한 자로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음"이라고 평가하는등 구속수사
의지를 강력히 표현.

<>.구속영장에는 노대통령이 대기업총수들로 부터 돈을 받은 장소가
"청와대내 대통령집무실" 눈길.

법조계 주변에서는 "도대체 국민의 안위를 위한 국정을 논해야 하는
우리나라 최고 총수권자의 집무실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분통.

<>.서울 연희동 노전대통령의 집은 겉으로는 평온한 모습이나 침통한
분위기.

노전대통령집 주변은 그동안 진을 치고 있던 2백여명의 취재진들과 취재
차량들이 대부분 대검청사와 서울구치소로 빠져나가 한산했고 경비 경찰도
다소 줄었으나 부인 김옥숙씨와 아들 재헌씨 내외등 가족들의 침통함은
극에 달한 느낌.

연희동측은 "김여사와 아들 내외가 방에서 한발짝도 나오지 않아 얼굴을
볼수 없었다"면서 "사람이 사는 집같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참담한 분위기를
설명.

< 윤성민.한은구.송진흡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