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보안사(현 기무사)의 민간인에 대한 사찰은 헌법에 보장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이므로 국가는 이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 합의12부(재판장 채영수부장판사)는 29일 윤석양이병(29)의
양심선언으로 드러난 보안사 비밀사찰 대상자 노무현 전민주당의원 문동환
전평민당부총재 등 1백4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노 전의원 등 58명에게 1억8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효재 전이대교수 박형규 목사등 인적사항이 적힌
색인카드만 존재할 뿐 사실상 사찰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89명의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에 대한 제한은 국가안전보장
과 공공복리를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에 적법절차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그러나 당시 보안사가 은밀한 방법을 통해 민간인들에
대해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정치사찰을 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노씨등 1백47명은 지난 90년 국군 보안사에서 대공 및 학원사찰업무를
맡았던 윤석양이병(29)의 양심선언으로 자신들에 대한 비밀사찰 결과를
기록한 개인신상자료철 등이 폭로되자 지난 91년 6월 국가를 상대로 각
5백만원씩 모두 7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 한은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