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최고령 승무원 권문언 수석사무장(55).

23년동안 대한항공과 함께 전세계를 날으며 승객의 편안한 여행을
돌봐온 권사무장이 29일 동경발 서울행 KE701편 서비스를 끝으로 정든
승무원생활을 마감했다.

"하늘은 나의 고향, 나의 사랑"이라는 철저한 직업관으로 정확히
22년 11개월동안 승객을 모셔온 권수석사무장의 고별비행은 그래서
남다르다.

그는 여전히 수석사무장이라는 다소 딱딱한 직함보다 승무원 권문언
으로 불러주기를 더 바란다.

우리나라 객실승무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정년퇴직이라는 명예를 안은
그지만 지나온 비행외길을 뒤돌아 보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래서인지 이날 오후2시40분 고별비행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온 그의
눈은 떠나야하는 아쉬움과 지난날의 감회로 젖어있었다.

그의 총비행시간은 1만8천6백80시간. 이는 B747 항공기를 이용해 지구의
적도둘레를 2년3개월13일 동안 쉬지않고 50바퀴 돈 것과 같은 엄청난
시간.

그는 "입사시험때 받은 수험표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며 "비행생활을
평생직업으로 알고 살아왔으며 후회는 없다"는 말로 푸른 창공을 떠나는
심정을 표했다.

그는 "아직도 체력과 정신력에 있어서 후배들에 못지않은데 벌써
정년이라니 감회가 새롭다"며 "기회가 주어지면 또다시 승객에게
돌아가따뜻한 기내식사를 제공하고 싶다"고 활주로를 응시했다.

지난 72년 10월 대한항공 객실승무원으로 입사한 권수석 사무장은
당시 50인승 프로펠러항공기인 F-27을 타고 서울~부산~대구노선을
뛰는 것으로 승무원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승객이라고 해봐야 외국인은 주로 일본인이었고 한국인은 기업체
사장이나 정부의 고위관리뿐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30일 정식 퇴임하는 한국항공사의 산증인인 권씨는 "완벽한 서비스
정신과정이 깃든 미소만이 21세기 하늘을 책임지는 대한항공의 양날개가
돼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 고기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