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건설교통부장관이 12일 밝힌 "수도권 다핵 구조화"구상은 그동안 "집중
억제"에 치우쳤던 수도권 정책이 "적극 분산"으로 방향선회하는 일대 정책
전환으로 풀이된다.

현실적으로 커다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소극적인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인 외곽 분산 정책으로 수도권을 보다 효율적으로
재정비하겠다는 의지이다.

여기에다 현실을 무시한 과도한 억제 정책으로 전반적인 행정.산업.주거
기능등이 기형 형태로 발전, 국제화.세계화시대를 맞아 국제경쟁에 적절히
대처할 수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어 더 이상 주저할 수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오명구상"으로 불리는 이번 구상은 서울에 집중돼 있는 수도권 기능의
분산 재배치와 함께 앞으로 예상되는 동북아경제권의 치열한 경쟁시대에
대비, 일본의 동경권및 중국의 북경.상해권에 대응하는 서울권을 지금부터
서둘러 개발하겠다는 2대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오장관이 "정보혁명등 급변하는 세계무대에서 뒤처지지 않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을 국제화지역으로 육성해 나가는 정책을 수립,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점도 이런 맥락이다.

또 수도권을 자족 거점신도시 중심으로 광역 다핵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의 인구및 산업시설을 외곽의 성장권역으로 유치함으로써 그동안 서울의
인구 억제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의 수도권 억제 정책이 더욱 효과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4대 권역별 거점신도시를 베드타운이 아닌 자족도시로 건설하겠다는 방침도
서울로 유입되는 인구및 산업기능을 이들 도시로 분산하기 위한 것이다.

이 구상은 또 당장 눈앞에 닥친 수도권 택지난 해결이라는 현실적인 목표도
의식하고 있다.

국토개발연구원의 연구보고에 따르면 수도권의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오는 2010년까지 7백50평방km의 택지가 공급돼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집값이 내년이후로는 낙관할 수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 잇따르고 있지만 현재의 수도권 정책으로는 이를 해결할
택지를 공급할 수없는 실정이다.

국토개발연구원의 연구원을 비롯 주택 전문가들은 수도권 도시의 개발
가능 지역만으로는 예상되는 택지 수요에 턱없이 모자라다고 보고 장기적
해결을 위해서는 도시기반시설부터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있는 신도시
건설을 꾸준히 주장해온 터이다.

건교부는 이번 구상에 포함된 신도시 건설로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이
2000년에는 70.7%, 2005년에는 80.3%, 2020년에는 1백%까지 올라가 수도권
주택난이 완전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 구상은 수도권 주택보급률 제고와 함께 장기적인 집값 안정
이라는 포석도 함께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구상은 그러나 몇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수도권 신도시 건설을 골자로 하는 이 구상은 망국병으로 까지 불렸던
부동산 투기를 재연시킬 가능성을 안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먼저 부동산 투기를 막을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 국민들의
우려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이와함게 그동안 역대 정권의 정책입안자들이 "과밀 억제"에 무게를 두고
집착해온 수도권 정책의 큰 틀을 바꾸는데 있어 정부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점을 꼽을 수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장관 스스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수도권을 광역 다핵화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4대 권역 상호간과
서울을 잇는 기간교통망의 구축이 선결요건인데 이에 대한 재원 마련 또한
만만치 않다.

자칫하다간 재정의 편중 지원이라는 기타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비난을
사게될뿐 아니라 이로 인해 국토의 불균형 발전이 심화될 수도 있다.

더욱 급한 것은 수도권의 다핵화가 결국 "거대 서울"을 탄생시킬 것이라는
반대 여론을 역전시킬 수있는 해법도 내놔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새로 건설되는 권역별 거점신도시가 또다른 베드타운을 양산하는게 아니라
완전한 자족도시로 건설한다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안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권역별 거점신도시 개발과 함께 전체 국토의 균형발전에도 정책의 무게를
두고 추진해야 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대목이다.

이미 추진중인 7대 광역권개발이 결코 소외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이 신도시 건설의 전제 조건으로 <>완전한 자족도시로 육성
<>서울 인구의 분산책 수립 <>행정및 산업기능의 유치등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같은 우려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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