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슨교수 =그런 현상은 규제완화가 대통령에게 가져다 주는 실익은
발표시에 반짝 나타나는 "생색"이외에 별로 없다는 데 기인합니다.

반면 한번 발표한 사항에 책임을 지기 위해선 계속적이고 실질적인 규제
완화 작업을 벌여야 하는데 이것이 대통령에게 주는 실익이 별로 크지
않다는 것이지요.

특히 규제완화의 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그것도 자신의 임기 이후에
나타나는 사안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기가 어려운 게 인지상정일 수도 있고요.

그러나 분명코 현직 대통령이나 장관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자신의 임기가 끝나더라도 규제완화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법률적으로 뒷받침할수 있는 제도를 정비하는 일입니다.

<> 손부원장 =상호 경쟁할수 있는 관료조직을 만들 경우 상호 감시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셨는데 이것이 자칫 중복적인 규제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 벤슨교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한 관료조직이 정치시장( Political Market )에서 다른 관료조직을 누르고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면 상대방의 잘못된 점을 지적해야 하므로 관료조직의
경쟁관계는 상호 감시의 수단으로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경찰관련 업무에서 상호 영역이 중복되는 연방기관의
숫자만도 1백10여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부작용은 별로 빚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로 경쟁함으로써 결국 국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가 돌아가고 있지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대폭 이양해 서로 경쟁토록 하는 방안은
업무효율을 높이는데 상당히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 손부원장 =미국이 성공적으로 규제완화 작업을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벤슨교수 =학자들에 의한 끊임없는 연구 결과가 국민의식속에 상식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규제완화의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는 게 보통입니다.

이것을 뒤집어 말하면 학자들이 자칫 잊혀지기 쉬운 규제완화의 효과를
연구를 통해 밝혀내고 이를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알려나가는 일이 바로
"규제완화작업"이라는 얘기지요.

<> 손부원장 =한국의 공무원 선발이나 근무행태,의회에 대한 감시기능
부재 등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만.

<> 벤슨교수 =한국에서는 관료기구를 감시하는 최고기구인 감사원이
행정부 소속으로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이 효과적인 감시를 원천적으로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여겨집니다.

또 행정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국무총리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역시 총리실이 행정부내에 위치하므로 제 3자적 입장에서의 엄정한
평가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지요.

미국에서는 "전국 납세자 연맹"과 같은 민간기구가 관료들의 정책기능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런 외부의 민간감사기구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관료들은 규제관련 업무에서 아무리 협조적으로 민원을
처리해내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는 반면 조금이라도 부당한 인허가
업무집행이 발견되면 감사에서 지적돼 각종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적발 위주의 감사체제는 자칫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현상만을
양산할 소지가 큽니다.

시급히 바로잡혀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한국 관료사회는 또 2~3년에 한번 자리를 옮기는 순환보직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시스템입니다.

이런 방식은 관료들의 전문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행정업무를
추상적으로 만들기 십상이기 때문이지요.

또 관료들로 하여금 창의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보다는 더 나은
보직으로 이동하기 위해 상사와의 관계나 상호 협조에만 더 신경을 쓰게
만드는 등 부작용을 낳는 토양이 될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관료들이 자신의 재직기간 동안 외부적 영향에 흔들리지 않고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을 서둘러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

< 정리=추창근.김재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