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투자자를 모집해 오면 높은 배당금을 주겠다고 꾀어 총4백여억원의
돈을 받아 가로챈 금융피라미드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8일 "회원으로 등록하여 1백만원을 입금하면 순번이
돌아올 때 투자금과 50만원의 이득금을 받을 수 있다"고 꾀어 가입자 4백여명
으로부터 총4백여억원을 편취한 그레리찌코리아(주)대표 전명길씨(53.서울 서
초구 반포동)와 정선현씨(48)등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사기)위반 혐
의로 구속하고,전씨의 아들 전상오씨(29.서울 성북구 종암동)와 며느리 전정
화씨(28.서울 송파구 신천동)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회원관리 및 신규회원모집 역할을 맡은 고문 이광한씨(52)와회원
들을 상대로 교양강연이란 명목으로 투자종용 및 하부회원 모집책인 조장을
관리한 상무 조유덕씨(54)와 본부장 여입분씨(58)등 달아난 회사 임원 9명을
지명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등은 지난 94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인간피라미드 판
매기법을 이용,회원들에게 2백만원,50만원,30만원 등 3가지 종류의 투자구좌
를 만들어주고 추가로 회원을 모집해 구좌를 개설하거나 본인이 스스로 추가
투자를 하면 수당으로 각 구좌당 1백만원,15만원,9만원을 지급하는 수법으로
회원으로부터 가입비 명목의 돈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사업설명회를 열어 "회장인 전씨는 필리핀에 배가 80척 있고,우
리가 운영하는 이스미화장품은 9년이나 된 회사이며 을지로에 빌딩도 있다"며
회원들을 안심시킨후, 투자자들에게 금융피라미드 사업방식을 설명해주고 구
좌를 개설토록 유도한 혐의라고 경찰은 밝혔다.

사건을 맡은 서초경찰서 김재천경사(55)는 "현재 강남에만 5백여개의 금융
피라미드 조직이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러한 돈들이 전부 실명제 후
지하경제로 들어가고 있는 징후다"며 "일부 사람들은 도박으로 이러한 일을
하고 있지만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은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