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박성호씨(남.34.H건설대리)는 이번 추석의
고향방문길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보통때면 일년에 고작 한두번 내려가는 고향집 부모님께 왠지 불효를
하고있구나하는 자책감에 사로잡혔으나 올 추석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박씨의 마음을 홀가분하게 만든 것은 "효도연금".

그는 강원도 횡성에서 농사를 짓는 아버지 박갑동씨(59)의 농어민연금
보험료를 다음달부터 대신 부어드릴 계획이다.

박씨는 아버지가 신고한 표준소득월액 73만원의 3%인 2만1천9백원을
앞으로 5년동안 매달 자신의 계좌에서 자동이체시킬 계획이다.

박씨의 아버지는 오는 2000년 8월부터 매월 8만60원씩의 연금을
꼬박꼬박 탈수있게 된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 어머니가 유족연금을 받게된다.

박씨는 "넉넉치 못한 월급으로 용돈도 정기적으로 드리지못했다"며
"연금을 대납해드림으로써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이 상당부분 가시는
기분이다"고 말한다.

전북 전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박수용씨(37.남)는 시골에 계신
아버지와 장모의 연금보험료를 매달 대납해주기로했다.

두사람몫의 월보험료가 7만원 남짓이지만 요즘 주위에서 그를 효자로
부르는 사람이 적지않다.

지난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농어민연금이 도시에 나와있는 직장인들
사이에 "효도상품"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있다.

지난 7월말현재 농어민연금 가입자는 1백80여만명.이들은 직장가입자와
달리 매달 보험료고지서를 받아 농협등 금융기관에 직접가서 납부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뿐만아니라 대부분의 농어민들은 연금 보험등의 개념에 생소한데다
농번기나 풍어기등에는 납부기한을 지기키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기적인 수입도 없다.

따라서 도시에 사는 자녀들이 2만원 내외의 보험료를 대신 내주면
납부의 번거로움을 덜어주면서 효도의 기회도 함께 갖게된다.

자녀들이 도시에서 경제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50~65세까지의 가입대상자는
69만명정도. 이들이 효도연금보내기운동의 주대상자가 된다.

이처럼 직장인들사이에 부모대신 농어민연금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분위기가 일자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은 효도연금보내기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기로했다.

복지부와 연금공단은 21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연금공단사무실에서
이성호복지부장관등 관계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효도연금보내기운동"
현판식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홍보활동에 본격 돌입한다.

복지부는 효도연금을 소개하는 안내전단 1백80만장과 차량부착용
스티커 4만2천여장을 제작 배포하는 한편 안내책자 9만5천부를 금융기관에
비치시킬 계획이다.

이성호복지부장관은 "농어촌지역에 사는 부모들의 연금보험료납부에
따른 부담을 경감시켜주고 점차 퇴조해가는 경로효친사상을 젊은
세대에게 일깨워주기 위해 효도연금보내기운동을 펼치게됐다"며 "이
운동으로 노인문제나 농어촌의 어려운 현실이 바로잡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남궁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