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가벼운 신체접촉과 다소 짖궂은 농담을 하는
등 성적행위가 있었더라도 노골적이거나 악의적인 의도가 없었다면 성희롱
( Sexual harassment )으로 볼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성희롱의 성립조건을 엄격하게 해석한 것으로 여성단체들의
반발 등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박용상부장판사)는 25일 전서울대 화학과 조교
우모씨(여.27)가 지도교수 신모씨(54)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3천만원의 배상판결을 내린 원심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신씨가 화학기기의 작동원리를 교육시키기
위해 수차례 신체적 접촉을 한 행위는 인정되지만 성적괴롭힘에 이를
만큼 악의적인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가 "요즘 누가 시골처녀처럼 머리를 땋고 다니느냐"며
원고의 머리를 만지고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듯한 태도를 취한 사실이
인정되지만 성적괴롭힘에까지 이를 정도로 심하고 철저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 우씨가 상습적인 성적 괴롭힘을 거부하자 보복성
해임을 당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조교직은 보통 1년에
한번씩 갱신되는데 원고는 지난 92년 5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근무하면서
업무상주위 교수와 대학원생들에게 불만을 사 재임용에서 탈락한 것이지
강제로 해임된 것으로 볼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판결에 앞서 "우선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성희롱"이란
말은 잘못된 용어이기 때문에 "성적괴롭힘"으로 대신한다"고 전제한 뒤
성적괴롭힘의 법적정의를 내렸다.

재판부는 "성적괴롭힘이 되기위해서는 <>고용관계와 관련해 행해져야
하고 <>불쾌한 성적접근에 응하기를 요구하는 행위와 언동으로 집요하고
반복적이어야 하며 <>상대방이 원하지 않은 행위이어야 하고 <>고용조건
이나 근로환경에 있어 성을 이유로 차별행위가 있어야 한다"며 4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한편,"서울대조교 성희롱사건 공동대책위"위원장 최영애씨(44.
한국성폭력상담소장)는 "이번 판결은 법정신과 직장내 성희롱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며 성명을 발표하고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 한은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