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시장체체가 5.16쿠데타로 자리를 잃은지 34년만인 7월1일부터 정식
출범한다.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민선시장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는 사뭇
크다.

성수대교사고를 계기로 지난해 11월3일 서울시장에 취임한 최병렬시장을
만나 역대 마지막 관선시장으로서 3일 모자른 8개월 시한부시장의 경험담과
광역시장에 거는 기대감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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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홍준희 < 사회부 차장 > ]]]

-짧은 기간동안 맡은 서울시장직이 개인적으로 어떤 도움이 됐다고
느끼십니까.

<>서울시장이라는 자리 정말 어려운 자리입니다. 우선 업무가 방대하고
다양합니다.

또 중앙정부와 달리 거의 모든 시정이 시민생활과 관련돼 있고 이권과도
밀접돼 있습니다. 고통스럽기까지 할 정도입니다. 서울시장이라는 자리
잘해야 본전하는 자립니다.

새로 선출되는 민선시장도 나중에 내가 이거하려고 그 고생했나 하는
말이 십중팔구는 나올 겁니다.

-재임기간 동안 줄곧 시설물 안전관리 문제와 교통문제에 매달리셨습니다.
이들 문제에 대해선 일반인의 싱식이상의 지식과 정보를 축적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데요.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시는 물론 나라가 혼비백산할 때 시정을 맡게 돼
당초부터 모든 업무를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래 안전관리와 교통문제만 챙기고 나머지는 담당 공무원에게 맡겼습니다.
그들이 해당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 아니겠습니까. 한강교량등 안전시설과
교통관련 서적을 많이 읽고 비디오도 많이 보았습니다.

내일이라 생각하고 죽기살기로 매달리니까 금새 줄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소중한 경험과 지식은 다시 한번 활용해야할텐데요.

<>글쎄 제가 결정할 문제도 아니고(웃음).천천히 생각해야겠지요.

-언론인으로 출발해 청와대수석,공보처및 노동부장관,서울시장등 요직을
두루 거치셨는데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었던 비결과 이를 뒷받침는 신조가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요.

<>글쎄요 비결이란게 있겠습니까. 다만 내자신과 가족들을 생활하는데
있어서 고급화시키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고급화되면 나중에 불행해
집니다.

여태껏 수행비서를 데리고 다닌 적도 없고 시청에 와서도 전화는 제가
직접 걸었습니다. 암기하는 전화번호도 몇십개 됩니다.

그리고 여태껏 직업을 여러가지 바꿔봤지만 그중에서 조선일보에서
편집국장으로 4년 동안 일하던 때가 가장 보람있었던 것 같습니다.

-버스요금을 현실화하기 위해 역대 어느 시장보다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추가인상된다면 버스서비스가 얼마나 개선된다고 보십니까.

<>몇조원씩 들어가는 지하철은 수송분담률이 26%에 불과하고 민간에
맡긴 채 방치하다시피한 버스의 분담률은 39%에 가깝습니다. 버스는
더이상 방치해선 안될 문젭니다.

불결하고 배차등 서비스도 엉망이고 운전기사가 모자라 근무여건도
열악하고.이제 우리도 체면치레로 자동차를 구입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버스 타기싫어서 차를 사는 겁니다. 여름에 찜통버스 한번
타보세요.

사실 버스요금을 지난 3월20일 인상할 때부터 3백40원으로 올리려
했는데 재경원이 서울만 3백40원으로 하면 타시도는 물론 물가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기에 하반기에 재인상키로 합의했습니다. 합의단서도
있어요.

그런데 서울시가 버스요금을 재인상하려니까 절대 허용못한다느니
시의 자료가 왜곡됐다느니 재경원이 이렇게 말하고 다닙디다.

버스요금 인상권은 자치단체장 고유권한 입니다. 재경원이 허용하고
안할 문제가 아닙니다.

또 재경원이 왜곡됐다고 주장하는 그 자료는 우리가 조사한 자료가
아니예요. 생산성본부에 용역을 맡겨 나온 자룝니다. 생산성본부는
통상산업부 산하기관입니다. 버스요금은 물가대책이 아니라 교통대책
차원에서 생각할 문제입니다.

-주행세를 도입하기 위해 최시장께선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주행세에
아직도 미련을 갖고 계십니다.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주행세 도입에
정력을 쏟으실 생각이십니까.

<>제가 작년말에 10부제등 교통대책을 마련하면서 주행세를 도입하기
위해 사실 김영삼대통령까지 면담했습니다.

당시 대통령께서도 공감을 하셨고.주행세제도는 휘발류값을 인상하는
것같은 느낌을 국민에게 줄까봐 도입하지 못한 겁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제가 관련되는 일을 다시 한다면 주행세를 도입할 겁니다.

주행세는 보험료는 인하하고 자동차면허세 자동차세 책임보혐료는
없애는 대신 휘발류값을 올려 차량통행을 줄이자는 것입니다.

차량을 많이 사용하면 그만큼 유지비가 더 들지만 차량을 적게 사용하면
유지비가 크게 줄어듭니다.

-앞으로 한강교량은 시민들이 믿고 사용할 수 있습니까. 또 재임중에
지하철등 각종 공사현장을 둘러보시면서 부실시공을 토로하신 적도 있는데
부실시공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교각밑 부분은 지난 93년부터 보수공사가 시작돼 이미 4개 교량은
끝났고 현재 반포대교등 7개 교량에 대해 보수공사를 실시중입니다.
중요한 것은 다리상부구조인데 모두 1천8백건가량을 보수했습니다.
교각밑 보수만 끝나면 안전하다고 봐도 무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하는게 중요합니다. 아무리 보수해봤자
과적차량이 다니면 소용이 없습니다. 부실시공방지책에 대해선 우선
감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가양대교 감리를 영국의 맥도날드사에 맡겼는데
이 회사 악명 높은 회삽니다. 아주 철저하지요. 중동에 진출한 우리나라
업체들도 맥도날드하면 혀를 내두릅니다.

-지난번 2기 지하철부실공사에 대해 브리핑을 하시면서 할수만
있다면 3기 지하철공사는 연기하고 싶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으신데요.

<>당시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부실공사의 정도가 너무 심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기 지하철이 착공되던 90년도초에는 주택 2백만호
건설등으로 건설수요가 급중한데다 부산 대전 인천등지의 지하철
91km및 분당 일산선 60km등 전국에서 지하철건설사업이 착수됐습니다.

시공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자재파동과 인력난은 물론
지하철 건설경험이 없는 건설업체들이 공사를 맡아 부실시공의 가능성이
사실상 방치됐습니다.

그러나 수도권 교통난이 심각한만큼 3기 지하철은 예정대로 착공돼야죠.
90년대 초와는 여건도 많이 달라졌고.그러나 감리는 철저히 해야합니다.

서울시관계자들에게 주요 공사의 감리는 앞으로 외국의 감리업체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지시한 것도 이같은 이유때문입니다.

-서울지하철 노사협상이 유보된 채 불씨만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후임 민선시장에게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라고 충고하고 싶습니까.

<>서울시는 빚이 4조3천억원이나 되고 그중 85%가량이 지하철공사의
빚입니다. 지하철공사의 경영개선에 도움이 되고 노조원의 복지를
향상하는 방향으로 원만한 협상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제가 민선시장
에게 충고할 수는 없지만 민선시장께서도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을 겁니다.

-서울시장과 각부 장관,정치인을 두루 거친 경험에 비춰보건데 민선
시장으로서 가져야할 자질과 덕목이 있다면.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서울시장 자리가 보통 힘든 자리가 아닙니다.
우선 본전치기면 영광스럽게 수행한 것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또
시장자리를 이용해 자신의 지위를 더욱 높이겠다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천만한 발상입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시민의 협조를 끌어내는 것입니다. 쓰레기소각장
등 시민협조가 있어야만 해결되는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시민협조를
끌어내지 못하면 서울시장은 만신창이가 됩니다. 또 시민들도 시장과
시행정에 적극 협조하셔야 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민선시장이 들어서면 중앙정부와 마찰요인도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처음에는 다소의 혼란도 있을 수도 있고 문제가 터져나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어느 시장이든 자신이 하기에 달린 것으로 생각하지만 결국에는
중앙정부와 상호보완하는 차원에서 협조할 것으로 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하지 않습니다.

-서울시 행정의 큰 병폐중 하나가 시장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는
것입니다. 신청사부지를 최시장께서 결정하셨는데 민선시장후보등은 이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시장이 바뀐다고해서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신청사 건립은 역대 시장의 과제입니다.

또 현청사가 협소하고 별관으로 분산돼 있어 시민편의 차원에서 누구나
공감하고 있습니다. 다만 재원과 위치를 놓고 논란을 빚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민선시장체제가 출범할 경우 지역이기주의로 부지선정작업이 어려울
수 밖에 없기때문에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결정된
청사위치를 백지화할 수는 있지만 그런 일은 없으리라고 믿습니다.

-퇴임후 계획은 구체적으로 있습니까. 또 좋든 싫든 정치에 다시 발을
딛게 될텐데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할 뜻이 있으신지요.

<>제가 시장에 취임할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지역구 공천을 보장받았다는
말이 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를 빌어 비로소 얘기
하는데 그런 건 없었습니다.

지금 계획은 서울대동창들로 구성된 모임과 함께 몽골에 가서 학술세미나에
참석하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당분간 쉬고 싶다는 것 뿐입니다. 연말께나
가서 천천히 생각해보지요. 지금 출퇴근할 사무실을 구하는데 그것도
잘안되네요.

-짧은 기간이나마 정력적으로 일하셨는데 시민에게 드리고 싶으신 말씀은.

<>일부 구청의 지방세 세무비리 의혹으로 감사를 실시할 때 책임자로서
가장 힘들었지만 한강다리 보수를 위해 교통통제및 10부제에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준 덕분에 보수작업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던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정리=방형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