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t의 북송쌀을 실은 시아펙스호가 통일의 물꼬를 트기위해 힘찬
고동소리를 내며 미끄러지듯 북쪽으로 향했다.

시아펙스호는 25일 오후 5시20분께 비내리는 동해항 중앙부두에서
"우리쌀 북한수송 출항식"을 마친뒤 우렁찬 기적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장도에 올랐다.

이날 행사장에 나온 1천5백여명의 동해시민과 학생들은 출항과 맞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했고 고적대의 연주에 맞춰 "아리랑"을
부르며 무사항해를 기원했다.

이홍구국무총리의 격려사에 이어 최인기농림수산부장관이 이준식
대한무역진흥공사 부사장에게 "대북인도증"이란 용도가 표기된 정부양곡
인도증을,김철용해운항만청장이 김영치 남성해운사장에게 출항허가증을
전달하고 김상현군(10.송정국교3년)이 김예민선장에게 화환을 증정했다.

행사도중 일부 실향민들은 감격에 벅찬듯 눈시울을 적시기도했다.

해군에서 제공한 버스를 타고 부두에 내린 배성례 할머니는(73.동해시
천곡동 주공5차아파트)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28세때 월남했으나
고향인 평양에는 남동생을 비롯한 친척들이 살고있다"며 "쌀을 보내는
배에 친지들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도 같이 실어보내고 싶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마침내 김예민선장이 북평고등학교 고적대의 "아리랑"연주속에
씨아펙스호호에 선승,우렁찬 기적이 세차례 울리면서 행사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배가 서서히 부두를 떠나자 시민들은 손뼉을 치면서 환송했으며
선원들도 뱃머리에 나와 손을 흔들며 순항을 다짐했다.

시민 김남희씨(45)는 "공교롭게도 6.25전쟁이 난지 45년이 되는날
우리쌀을 북한에 보내게되어 감개무량하다"면서 "보내진 쌀이 북한
동포들에게 골고루 돌아가 그들의 배고픔을 덜게하고 하루빨리 통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비를 흠뻑 맞고 행사를 끝까지 지켜본 시민들은 출항전에
삼삼오오 모여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날 출발한 쌀은 경기 강원 충북 경북등지에서 실어온 40kg들이
5만포대로 남북한 쌀협상타결이후 북한에 제공되는 1차분가운데 가장
먼저 수송되는 것이다.

한국국적선으로는 분단이후 처음으로 북한에 입항하는 시아펙스호는
공해경계선까지 해군함정 4척의 호위를 받은뒤 공해상을 통과해 북한
영해에 진입하게된다.

시아펙스호의 항해거리는 5백30여 로 목적지인 나진항에 26일 오후늦게
도착할 예정이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