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공습을 받은듯 주저앉은 철제빔,시뻘건 화염과 불길에 휩싸인채
검은연기를 뿜어내는 버스, 곳곳에 나뒹구는 사상자들. 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고현장은 대형폭격을 당한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무너져내린 지하철공사현장의 처참함만큼이나 대구시민들의 억장도
무너져내렸다.

<>.폭발사고가 난 영남고등학교앞 네거리는 동강난 철제빔과 휴지처럼
구겨진 차량들사이에 사상자들이 널려있고 지하에선 검붉은 불기둥이
치솟고있었다.

인근 신일학원 6층건물의 지붕에는 폭발순간 날아간 10여개의 철제빔이
얹혀있어 폭발의 위력을 가늠케했다.

일부철제 지하구조물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정도로 심하게
일그러졌으며 크고 작은 구덩이들이 지하곳곳에 생겨났다.

<>.사고현장 네거리 남북방향으로 운행중인 차량 50여대도 날아온
복공판에 강타를 당해 창문과 지붕등이 박살난채 흉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었다.

반경 1백m내에 있는 건물들은 폭발당시의 충격으로 대부분 유치창이
박살났으며 일부차량은 숯덩이를 연상케할 정도로 검게 그을렀다.

또 사고현장네거리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달서구 모범운전자회 소속회원
4명도 숨지거나 다쳤다.

네거리로부터 20m떨어진 위치에서 교통정리를 하고있던 윤성대씨(48)는
"갑자기 꽝하는 폭음과 함께 지하철공사현장의 철제복공판들이 하늘위로
일제히 치솟았다가 붕괴돤 지하철공사현장으로 떨어졌다"고 사고당시를
말했다.

<>.가스폭발사고로 많은 희생자를 낸 영남중학교는 이날 오전 학생들의
생사여부를 확인하려는 학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들의 모습이 보이지않자 운동장바닥에 주저앉아
통곡을 터뜨렸다.

교육부는 오전 11시현재 영남중.고생 81명이 등교하지않은 것으로
미뤄 희생자가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내대보고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희생자는 이종수교사(3학년8반 담임)와 3학년7반
신동엽군등 10명이 숨지고 구미영교사(1학년5반 담임)와 같은반
한정규군등 9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영남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쌍둥이형제 김준현.준희군은 이날
시내버스를 타고 등교하다 참변을 당하는 바람에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날 영남고네거리로 진입하던중 사고를 당한 신일교통소속
대구5라 3314호 121번 시내버스는 완전전소돼 승객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

이버스는 출근길 시민이나 등교길학생들로 만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인명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31번 시내버스도 폭발로 치솟아오른 철제빔 10여개가 덥치는 바람에
휴지조각처럼 찌그러져 승객대부분이 사망한듯.

<>.사고직후 대구시와 대구병원협회는 보훈병원과 경북대부속병원등
대수시내 모든 병원의 응급차량을 동원,사상자를 수송하고 있으나
피해규모가 워낙커 역부족.

특히 불교병원과 보훈병원등 영안실에서는 가족의 사망사실을 확인한
유족들이 울음바다를 이루기도.

일부병원은 부상자들을 입원시키기 위해 경미한 입원환자들을 설득,
퇴원토록하는등 각병원마다 부상자수용과 치료에 안간힘.

한편 새마을운동 대구광역시 지부는 이날 오전9시 관내 남녀새마을지도자
2백50여명을 전격투입,사망자에 대한 후속절차와 부상자들의 후송을 위한
지원활동등 봉사활동을 전개.

<>.도시가스폭발사고가 난 대구지하철1호선 1-2공구 시공회사인
우신종합건설의 본사격인 부산사무소는 이날 사고소식을 접하고
피해규모가 계속 늘어나자 침통한 분위기.

현장관계자로부터 사고소식을 보고받은 강신택사장은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회사임원진과 함께 곧바로 대구로 출발.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9일자).